“95점이다”
두산 베어스의 송일수 전 감독은 지난해 2월 중순께 미야자키에서 전지훈련을 지휘하며 “현재 부상자도 없고 애리조나에서 투, 포수가 합류했는데 모두들 컨디션이 좋아 보여서 매우 만족스럽다. 점수를 매긴다면 95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 기간이 많이 남아 있었음에도 상당히 만족한 반응이었다.
송 전 감독이 생각했던 부족한 5점은 안방에 있었다. “포수들의 상태가 아직 파악이 안 된 것이 가장 불만족스러운 부분이다”라는 것이 당시 송 감독의 설명이었다. 2013 한국시리즈 후 최재훈이 왼쪽 어깨 수술을 받았던 두산은 양의지의 백업 자리를 두고 김재환, 김응민 등이 경쟁을 펼친 바 있다.

반면 1년 뒤 2월 비슷한 시기에 김태형 감독은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하며 80점을 줬다. 전임 감독보다 15점 낮게 팀을 자평한 것이다. “나머지 20점은 아직 투수에 대한 확신이 안 섰기 때문이다. 마무리와 중간 계투진, 그리고 5선발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전지훈련 기간 감독의 생각보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잘 움직여줘서 매우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의견이다.
김 감독의 말대로 마운드 구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5선발 후보이자 마무리 후보였던 노경은이 불의의 부상으로 제외된 뒤 이현승, 이재우 등의 선수들이 이 자리에 거론되고 있다. 라인업은 이미 완성되어 있던 팀이었지만 정재훈, 이용찬, 홍상삼 등이 없는 불펜은 새로운 판을 짜야 할 만큼 1년 전과 비교해도 다르다.
물론 두 감독의 점수는 서로 다른 평가 기준과 상황 속에서 나왔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의 경우 투-포수조는 애리조나에서 몸을 만들었고 야수조는 미야자키에 먼저 들어가 있다가 나중에 투수와 포수들이 미야자키로 들어와 한 팀이 됐다. 올해는 팀 전체가 함께 애리조나를 거쳐 미야자키에서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두 감독이 팀을 보는 관점의 차이는 상당히 흥미롭다. 송 감독은 팀을 100점에 가깝다고 바라봤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부족한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4일 휴식이 있을 때마다 송 감독은 “수비 포메이션을 점검할 예정이다”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했다. 허나 실제로는 점검 차원이 아닌 뜯어고치는 일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시즌 중에 일반적으로 하는 일은 아니다.
김 감독의 자세는 송 감독과 약간 다르다. 자신감을 쉽게 내보이는 성격은 아니지만 목표의식은 확실하다. 초반 11경기에서 최소 7승 4패 이상을 하겠다고 했던 송 감독처럼 구체적인 목표를 수치화해서 약속하지도 않는다. 대신 원칙을 제시하고 거기서 벗어나는 선수에게는 확실히 책임을 묻는 식이다. 어떤 목표보다도 선수들을 긴장케 하는 조치다.
또한 송 감독이 진단했을 때보다 15점이나 낮은 점수는 기본적으로 김 감독이 바라보는 지향점이 얼마나 높이 있는지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한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보고 몇 점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고 싶은 곳을 가리키고 얼마나 왔는지를 이야기한다. 주변에서 ‘곰의 탈을 쓴 여우’라고 칭하는 김 감독은 이제 두산을 이끌고 미야자키로 무대를 옮겨 남은 기간 담금질에 들어간다. 3주 뒤에는 어떤 점수가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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