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희망은 때로는 팀의 희망으로 직결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두 차례의 불운을 딛고 다시 뛰는 윤희상(30)은 SK의 축소판이다. 개인의 불운을 떨친 윤희상이 팀을 둘러싸고 있는 나쁜 기운까지 몰아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을 마친 SK는 지난 12일부터 장소를 일본 오키나와로 옮겨 실전 위주의 2차 캠프에 임하고 있다. 16일에는 야쿠르트와 이번 캠프 첫 연습경기를 치렀다. 선발은 윤희상이었고 기대에 부응했다. 2이닝 동안 8타자를 상대로 총 31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최고 구속은 144㎞까지 나왔다. 지난해 이맘때보다 좀 더 나은 상태다.
김용희 감독이 첫 연습경기 선발로 윤희상을 낙점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선발 로테이션 구상을 위한 테스트였다. 건강한 상태라면 윤희상은 SK 선발진의 붙박이다. 하지만 지난해 손가락 골절을 당했다. 투수에게는 굉장히 민감한 부위다. 여기에 오래 쉰만큼 힘과 감각을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이런 윤희상의 상태를 명확하게 알아야 향후 마운드 구상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윤희상은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김 감독은 “걱정을 많이 했는데 공이 좋았다”며 밝게 웃었다.

야쿠르트의 이날 전력은 1군 베스트 라인업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1군급 선수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타선이 그랬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1군에서 20홈런을 기록한 야마다와 유헤이를 비롯, 이하라, 하다케야마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 적지 않았다. SK 마운드의 현재 컨디션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선발로 나선 윤희상이 호투한 것이다.
경기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직구, 체인지업, 커브, 포크볼 등을 자유자재로 던졌다. 제구도 안정적이었고 변화구 제구도 괜찮았다”라면서 강한 인상을 설명했다. 윤희상 또한 “오래간만에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진다는 자체가 설렜다. 안 아프고 던질 수 있어 만족한다”고 밝혔다. 연습경기 경기 결과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손가락 부상의 여파에서는 완전히 탈출했음을 선언하는 한 판이었다.
윤희상은 2014년 KBO 리그의 최고 불운 선수였다. 두 차례나 타구에 맞았고 두 번째 타구는 오른손을 강타해 그를 시즌에서 몰아내는 원흉이 됐다. 평생 공을 던지면서 타구와 인연이 없는 선수도 있다. 그렇게 따지면, 한 시즌에 두 번이나 공을 맞은 윤희상은 지독히도 운이 없는 선수였다. 시즌 초반을 지나 한창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을 때라 아쉬움은 더 컸다. 2012년 거둔 영광(두 자릿수 승수)을 재현하려는 꿈도 물거품이 됐다.
좌절도 좌절이었지만 윤희상은 곧 털어냈다. 애써 웃으며 아픈 기억을 잊고 앞을 내다봤다. 그 결과 SK의 투수 중 가장 먼저 연습경기 선발 등판을 가졌고 좋은 모습으로 올 시즌에 기대하게 했다. 윤희상은 건강하다면 언제든지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둘 수 있는 재원이다. 철퍼덕 주저앉지 않은 윤희상이 좋은 출발을 했다. SK의 출발도 덩달아 경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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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