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스맨'이 뜨거운 입소문에 힘입어 개봉 6일만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이번 설 연휴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연휴엔 가족 단위 관객이 많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잘될 수 없는 것으로 풀이됐지만, '킹스맨'은 이 한계를 딛고 성인 관객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중이다. 각 SNS에는 이 영화의 재미에 높은 점수를 주는 의견이 쇄도하고 있으며,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등 주요 대사들이 자주 인용되고 있다.
'킹스맨'은 기존 스파이 영화와는 확실한 차별화를 이뤘다는 평가. 이 영화를 끌어가는 세 명의 축 모두 기존 전형적인 캐릭터를 비틀어 호감도를 높였다.

젠틀맨 스파이 그룹의 유능한 요원 해리 하트(콜린 퍼스 분)는 영국식 젠틀맨의 매너와 최첨단 살인 기술을 가진 스파이를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신입 에그시(태런 애거튼 분)는 다른 스파이 영화의 완벽한 주인공 캐릭터들 대신 꿈도 목표도 없이 방황하는 요즘의 청년을 닮았다. 인류를 구하겠다는 잘못된 욕망에 시달리는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L.잭슨)은 기성 문화에 반하는 힙합 스타일의 옷을 입고 폭력에 반감을 보이는 개성 만점 인물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할리우드 영화의 관습을 비켜가며 관객들의 허를 찌른다. '설마 저렇게 허무하게?'라고 하는 순간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며, 가장 잔인하고 비장해야 할 순간에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는 장치를 해놓았다. 특히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흐르며 진행되는 대규모 학살(?)씬은 이 영화가 얼마나 유쾌하고 재치있게, 하지만 통쾌하게 메시지를 전하는지 충분히 보여준다.
이 메시지는 이 작품의 가장 차별화된 지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스파이 영화가 악당에 맞서 기존 질서를 수호하는 보수적인 영화로 나아가는 반면, 이 영화는 기득권을 오히려 비웃으며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세계적으로 부와 기회의 불평등 문제가 화두인 지금, 마지막 '학살'이 꽤 통쾌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 비주류의 반격을 B급의 정서로, 그러나 매우 매끈하게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기존 스파이 영화의 팬덤을 포함,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킹스맨'은 지난 16일 하루동안 641개 상영관에서 11만3,568명을 동원, 누적 관객수 82만7,110명(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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