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名不虛傳). '2015 LOL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코리아 프리시즌을 마쳤을 때만 해도 CJ의 부활은 꿈만 같았다. 하지만 전통의 명가 CJ는 잠자고 있는 저력을 꺼내는데 성공했다. '샤이' 박상면 '앰비션' 강찬용 '매드라이프' 홍민기 등 CJ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은 단지 이름값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나름 성공적인 롤챔스 스프링 시즌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CJ는 지난 11일 서울 용산 온게임넷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열린 IM전을 끝으로 1라운드를 마감했다. CJ의 1라운드 성적은 5승 2패 득실 +3. 선두 GE 타이거즈의 7전 전승 득실 +12와 비교하면 살짝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프리시즌 당시 1승1무3패(세트 3승7패)를 고려한다면 저력을 보여준 셈이다.
팬들에게 도마위에 올랐던 강현종 손대영 등 코칭스태프의 지도력도 빛을 발했다. 팀에서 숙제같았던 '스페이스' 선호산은 데뷔 이후 최초로 경기를 캐리하는 모습을 보였고, 박상면과 강찬용은 노련미를 발휘하면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강현종 감독은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분명 있지만 1라운드 성적을 100만점에 80점은 주고 싶다. 남은 20점은 2라운드에서 채우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어게인 2012'를 꿈꾸는 CJ가 더 희망적인 이유다.

▲ 꿈만 같았던 초반 돌풍
CJ에게 롤챔스 프리시즌은 '악몽'이라는 한 단어로 기억할 수 있다. 첫 상대인 IM을 상대로는 2-0으로 화끈한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이후 에는 단 1승도 없는 1무 3패로 마무리됐다. 챔피언 픽밴부터 라인전, CJ의 최대 강점인 한 타까지 뭐 하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항목이 없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러나 위기는 곧 새로운 기회가 됐다. 새롭게 정글러의 중임을 맡게된 '앰비션' 강찬용은 프로스트 멤버들이 주축이 된 CJ에 운영의 강점이었던 블레이즈의 색깔을 입히게 했다. 강찬용이 팀에 녹아들면서 CJ는 한 타의 프로스트와 운영의 블레이즈가 적절하게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1라운드 첫 상대였던 SK텔레콤전 승리로 연결됐다. 우승후보 0순위 SK텔레콤을 상대로 거둔 알토란 같은 2-0 완승. CJ에게 희망을 보기에 충분한 결과였다.
SK텔레콤 승리를 바탕으로 숙명의 라이벌 나진까지 잡아내면서 '어게인 2012'를 외쳤다. 프로스트와 블레이즈 형제팀이 리그를 호령하던 영광의 순간을 재현하는건 결코 꿈이 아니었다.

▲ 알면서도 당하는 저격밴과 점점 떨어지고 있는 자신감
기대가 컸던 탓일까. 그러나 CJ의 행보는 갈지자였다. 선두 GE 타이거즈와 일전에서 패배는 그럴 수 있다해도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진에어 그린윙스에게는 정말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무너졌고, 1라운드 최종전인 IM과 경기에서는 고전 끝에 가까스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가장 중요한 픽밴싸움에서 지고 들어가는 경향을 보였다. 즉 집중적으로 마크해야 할 부분은 잡아내지 못하면서 자신들의 지켜야 하는 자리는 살려내지 못했던 것. 결과는 당연지사 패배로 이어졌다. 승리한 IM 과 경기 역시 승리 후 선수들이 자책하는 모습을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보이면서 불안 요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자신감까지 내려가면서 힘겨운 모습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 박상면과 강찬용, '어게인 2012'의 키맨
롤챔스 스프링시즌 2라운드 성적은 박상면과 강찬용에게 달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 상대팀에게 집중적으로 저격 당하고 있는 박상면이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챔피언 폭을 넓혀야 한다는 점이다. 강현종 감독은 "사실 챔피언폭은 결코 좁지 않다. 다른 챔피언들도 충분히 준비했지만 꺼내기 좋지 않은 상황이 계속됐다. 보다 더 적극적이면서 공격적인 챔피언 선택으로 2라운드를 풀어나갈 생각이다. (박)상면이를 믿는다"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박상면이 강현종 감독의 생각대로 경기력을 보인다면 최근 '스멥' 송경호 '듀크' 이호성 같은 탑 라이너의 캐리 경기를 CJ에서도 해낼 수 있다.
이제는 특정 한 명의 선수나 라인의 활약을 기대하기에는 전력 상향 평준화가 이뤄진 시점이다. CJ가 어게인 2012를 해내기 위해서는 박상면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박상면에 못지 않게 활약이 필요한 선수가 바로 전반적으로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강찬용이다. 프로스트는 대체적으로 라인전 보다는 후반 대규모 한 타가 강했던 팀이다. 강찬용은 바로 블레이즈의 강점이었던 운영을 첨가해서 지금의 CJ 색깔을 끌어냈다. 한 타 뿐만 아니라 운영이 강한 팀은 절대로 쉽게 지지 않고, 상대 팀에게는 정말 까다롭기 짝이 없는 불편한 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박상면과 강찬용의 키를 쥐고 있는 CJ의 앞으로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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