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이하 '진짜 사나이') 만큼 욕먹기 쉬운 예능이 또 있을까. 국내 시청자들에게 군대는 '밑져야 본전'도 아닌, 그냥 '밑지는' 특수한 소재다.
군대는 남자들의 단골 이야깃거리다. 군대를 다녀온 이라면 누구다 사연이 있고 고생담도 있다. 스스로 "군대 편하게 다녀왔다"고 말하는 이는 드물다. 그런 분위기의 사회에서 '진짜 사나이'는 참 욕하기 좋은 예능이다. 남자라면, 시청자들 중 반 이상이 자신을 전문가라 지칭하기 때문. '진짜 사나이'로서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2013년 4월부터 방송된 '진짜 사나이'는 언제나 비난을 달고 방송돼 왔다. 주 이유는 군대를 미화시켰다는 것. 특히 한창 군 내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할 때에는 폐지설까지 등장했다.

실제로 '진짜 사나이'는 평범한 군대 생활을 담아내는 예능은 아니다. 출연자가 군필이든 미필이든 4박5일동안만 군 생활을 할 뿐이며, 부대 내에서의 위계 질서도 실제보다 훨씬 덜하다. 또한 실제 군인들보다 군기가 훨씬 약할 수밖에 없다. '진짜 사나이'는 군 '체험'이지, 실제 군 생활을 그리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진짜 사나이'로서는 프로그램을 향한 비난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고칠 수는 없다. 태생적 한계다. '진짜 사나이'는 군대라는 소재를 담아내지만 근본은 예능이다. 웃음을 주는 것이 목적이며, '군대가 얼마나 힘든 집단이다'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부차적이다. 그런 탓에 '진짜 사나이'는 이러한 비난을 슬픈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진짜 사나이'도 리얼을 표방하는 만큼, 여느 리얼리티 예능처럼 진정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의심의 눈초리는 실제 군대를 다녀온 시청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진해진다. "진짜 군대였다면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사실 '진짜 사나이' 촬영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단 카메라를 제외하곤 제작진의 모습을 숨긴 채 촬영하는 것이 '진짜 사나이' 초창기부터의 원칙이다.
'진짜 사나이' 제작진은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를 수용, '여군특집' 이후 방송되는 시즌 2부터는 더욱 강력해진 리얼리티로 돌아온다. 그 일환으로 제작진은 시즌 2 멤버들의 삭발을 강행했다. 배우부터 개그맨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짧은 머리로 군복을 입은 모습은 마치 진짜 군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진짜 사나이' 제작진의 노력이 통할 수 있을까. 욕하기 좋은 예능의 변신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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