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의 힘을 바탕으로 세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SK가 투수왕국 재건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희망적이다. 투수들이 전지훈련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그 희망을 키우고 있다.
SK는 17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연습경기에서 7-0의 영봉승을 거뒀다. 16일 일본프로야구의 야쿠르트를 상대로 3-2로 이긴 것에 이어 연습경기 2연승을 달렸다. 연습경기 성적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분명 마운드 쪽에는 고무적인 부분이 있었다. 투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과시하며 김용희 감독의 미소를 자아냈다.
이날 SK는 선발 고효준(2⅓이닝) 박종훈(2⅔이닝) 엄정욱(2이닝) 진해수(1이닝) 이창욱(1이닝)까지 5명이 이어 던지며 한화 타선을 단 1피안타로 꽁꽁 묶었다. 비록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빠진 한화의 타선이었지만 투수들의 쾌조의 컨디션을 선보였다. 보통 투수들의 컨디션이 먼저 올라오는 시기이긴 하지만 1피안타 영봉승은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다.

16일에도 SK는 투수들의 힘으로 이겼다. 야쿠르트 타선이 베스트는 아니었지만 지난해 20홈런을 기록한 야마다와 유헤이를 비롯, 이하라, 하다케야마 등 1군 선수들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SK는 선발 윤희상과 두 번째 투수 백인식이 각각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등 2점만을 내주며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2경기를 포함하면 선발후보로 거론되는 윤희상 백인식 고효준이 모두 무실점 피칭을 했다.
2007·2008·2010년에 걸쳐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SK의 원동력은 이른바 ‘벌떼야구’로 불리는 마운드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좋은 투수들이 많았고 김성근 감독 특유의 적절한 투수기용이 이어지며 힘이 배가됐다. 하지만 최근 2년은 그렇지 못했다. 전력 공백이 적잖았다. 정대현 이승호처럼 FA를 선언하고 팀을 떠난 선수, 정우람과 고효준처럼 군에 간 선수, 전병두 엄정욱 등 부상에 시달리며 제대로 뛰지 못한 선수들까지 악재가 겹쳤다. 이는 남아있는 선수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다른 분위기가 읽힌다. 김광현이 국내 잔류를 선언했고 부상으로 지난해 제 몫을 하고 싶어도 못했던 윤희상 백인식이 건강하게 돌아왔다. 고효준 채병룡 여건욱 문광은 등 선발 요원도 충분하다. 불펜에는 정우람이 가세했다. 재활 중인 박정배 박희수까지 정상적으로 가세하고 외국인 선수들이 기대만큼 활약한다면 양질 모두에서 리그 최고를 다퉈볼 수 있는 마운드를 갖추게 된다.
다만 김용희 감독은 여전히 신중한 속내다. 김 감독은 플로리다부터 쾌조의 컨디션을 보인 투수들의 상태를 오히려 걱정하고 있다. 정상적인 페이스보다 좀 더 빨리 컨디션이 올라왔다는 진단이다. 플로리다 홍백전에서 타자들이 힘을 쓰지 못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다. 경쟁에 따른 긴장도 필요하지만 적절한 관리로 시즌에 맞춰 절정에 오를 수 있도록 관리할 예정이다. SK는 18일 니혼햄 2군과의 경기에서 또 하나의 선발 후보인 채병룡이 오디션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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