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의 연기가 이렇게 인상깊었던 적이 있었던가. '호구의 사랑'의 도도한 여자 도희는 진통마저도 도희스러웠고, 그 진통연기가 오버스럽지 않게 느껴졌던 건 유이의 연기때문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해보는 임산부 연기에 진통 연기일텐데, 캐릭터 맞춤 진통연기가 참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17일 방송된 tvN '호구의 사랑'에서는 강철(임슬옹)의 아이를 임신한 도희(유이)의 모습이 그려졌다. 강철이 원하지 않았던 아이임이 분명한 상황. 도희는 만삭의 몸으로 혼자 병원을 찾는다. 병원에서 당당하게 "아이 아버지는 외국에 있어서 못 올 상황이다. 가족도 없다. 혼자 아이를 낳겠다"고 말한다.
이 장면을 목격한 우리의 호구(최우식)씨. 처음엔 그냥 발길을 돌리지만 내내 찜찜하다. 결국 호구는 도희의 병실을 다시 찾고, 내가 니 곁에 '친구의 자격'으로 있어주겠다고 한다. 시간이 갈수록 도희의 진통은 심해지고, 호구는 그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결혼도 안한 20대 초반의 남자가 진통을 겪고 있는 여자 옆에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책에 나온대로 '라마즈 호흡법'인지 뭔지를 실시하지만, 역시 씨알도 안 먹힌다. 도희는 "무통주사"를 대령하라고 고래고래 소리친다.

무통주사도 소용없어지는 최절정의 진통 시간. 결국 호구는 아버지에게 어머니 출산 당시 상황을 물으며 조언을 구하고, 아버지는 "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설겆이를 평생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어머니의 인내를 약속받았다"고 말했다. 호구는 도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뭘까 고민하다, 유이가 힘든 훈련을 인내하며 수영을 했던 과거를 떠올린다. 그때 도희는 "수영은 하는 것이 아니라 참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호구는 도희에게 "수영하듯 진통을 견뎌라. 금메달이 코 앞에 있다"고 조언하고, 도희는 호구의 위로에 감동하며 진통을 참아낸다. 그리고 마침내 금메달, 아들을 얻는다.
이날 도희는 도희스럽게 진통을 했다. 당당하게 병원에 와서 진통을 시작했고, 진통이 절정에 다다르자 걸쭉한 사투리를 해대며 자신읠 고통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리고 수영하듯 진통을 참아냈다. 이 모든 과정이 오버스럽지 않았던 것은 유이의 연기 때문이었다. 드라마에서 봐왔던 소리만 질러대는 진통 연기가 아닌, 강약이 있는 진통연기였다. 이날 극의 절반은 도희의 병원 입원에 할애됐다. 그만큼 아이를 낳는 과정이 중요했다. 그랬기에 유이의 임산부연기가 부각되는 날이었고, 유이는 처음이다 싶지 않게 연기를 해내며 그녀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독특한 캐릭터로 첫방송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호구의 사랑'. 유이의 연기자로서의 성장도 함께 보게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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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의 사랑'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