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보다 보면 적응될 것이다".
한화 외야수 이용규(30)가 눈에 띄게 멀끔해졌다. 트레이드마크였던 콧수염을 깨끗하게 면도한 것이다. 7년 동안 애지중지 관리해온 콧수염이 없어졌으니 그를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마다 어색함에 한마디씩 던지곤 한다. 이에 이용규는 "계속 보다 보면 적응될 것이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웃어보였다.
이용규는 KIA 시절이었던 2008년부터 콧수염을 길렀다. 그는 "콧수염을 기르고 베이징 올림픽에 갔는데 금메달을 땄다. 다음 해에는 우승도 차지했다. 좋은 일들이 생기다 보니 징크스처럼 됐다"며 "와이프도 내가 면도한 모습을 처음 봤다. 면도했다니까 처음엔 믿지 않더라"고 말했다. 그만큼 오래 길렀다.

그렇다면 이용규는 왜 콧수염을 면도했을까. 그는 "팀 전체가 새롭게 하고자 하고 있다. 다들 뭔가 해보려는 분위기인데 나 혼자 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며 "시켜서 한 것은 아니지만 팀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한 것이다"고 말했다. 개인보다는 팀을 위해 자신의 것을 과감히 포기했다.
김성근 감독은 한화 부임 후 선수단에 두발 정리를 주문한 바 있다. 두발과 함께 따라다니는 게 바로 수염이다. 김 감독은 "미국 뉴욕 양키스와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장발이나 수염을 허락하지 않는다. 엘리트들이 괜히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역시 팀이 하나가 되는 행동이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용규는 지난달 면도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뒤 김성근 감독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작년에도 재활을 했지만 시간적으로 부족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몸 상태가 빨리 올라오지 않았다"며 "시즌이 얼마 안 남아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졌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다 나을 때까지 기다려주신다고 하시니 감사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배려 아래 이용규는 고치 캠프 대신 따뜻한 오키나와 재활 캠프에서 차분히 몸을 만들고 있다. 현재 60~70m까지 캐치볼을 진행 중이다. 그는 "지금은 가볍게 던지고 있다. 팔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30~40m 정도다. 원위치에서 세게 뿌려야 경기에서 수비를 볼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용규는 조기 복귀에 따른 경기 출장과 재활 훈련 병행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외야 수비를 나가지 못하며 지명타자로만 나섰다. 올해는 아픔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김 감독도 "지금은 이용규를 없는 전력으로 보고 다른 외야수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김 감독의 배려 아닌 배려에 이용규도 독기가 올라있다. 그는 "감독님께서도 보고를 받으시며 아쉬움이 많이 드실 것이다. 지금은 없는 전력으로 한다고 하신 말씀이 선수 입장에서는 뭔가 모를 자극도 든다"고 말했다. 콧수염까지 면도한 이용규가 완벽해질 몸과 새로운 각오로 잔뜩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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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