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작아서 다쳤어".
지난 17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 SK와 연습경기를 앞두고 있던 한화 김성근(73) 감독은 내야수 정근우(33)의 부상과 관련한 질문에 "그나마 다행이다. 처음에는 이가 부러지는 줄 알았다"며 "키가 작아서 다친 것이다. 키만 좀 더 컸으면 가슴에 맞았을 텐데"라는 농담을 던졌다. 씁쓸함이 묻어난 농담이었다.
정근우는 지난 13일 일본 고치에서 치러진 세이부 라이온스와 연습경기 도중 굴절된 송구에 턱 아래를 맞는 부상을 당했다. 김 감독은 "주자 헬멧을 스친 뒤 바로 턱을 맞았다. 어느 정도 키가 되는 선수였다면 턱이 아닌 가슴에 맞았을 것이다. 본인도 키가 작아서 맞았다고 인정 하더라"며 웃었다.

불의의 부상으로 1차 캠프 종료와 함께 중도 귀국한 정근우의 공백으로 김성근 감독은 고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정근우의 부상이 심각하지 않은 데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 뼈가 부러지지 않았고, 정밀검진 결과 수술이나 깁스가 필요 없다는 소견이 나왔다.
정근우는 2주 정도 휴식을 취할 예정으로 완전한 회복까지는 4주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다. 시즌 개막이 6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 시기상으로 개막전까지는 복귀가 가능하다. 다만 김 감독은 "그때까지 컨디션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문제다. 얼마나 빨리 감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정근우는 아직 턱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밥 대신 죽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운동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이를 악물게 되기 때문에 무리하게 힘을 쓸 수도 없다. 겨울 동안 잘 만들어 놓은 몸이라도 4주 공백은 매우 크다. 시즌 개막에 정근우가 복귀를 해도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
결국 정근우가 컨디션을 회복할 때까지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대체 자원을 만들어야 한다. 김 감독은 2루수 자리에 대해 "경기하는 것 보면 알 것이다.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로 경쟁을 부추겼다. 17일 SK전 선발 2루수로 나온 이창열은 볼넷 2개와 도루 1개에 좋은 수비로 가능성을 보였다.
이창열 뿐만 아니라 고양 원더스 출신 내야수 정유철도 2루를 볼 수 있다. 주전 유격수 후보 권용관도 2루수 겸업이 가능한 베테랑이다. 발목 뼛조각 제거 수술 이후 재활을 하고 있는 한상훈도 원래 포지션이 2루수였다. 김성근 감독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그리며 정근우 공백을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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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