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의 재회' 최용수와 칸나바로의 '돌고 도는 인생'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5.02.18 06: 29

"인생이 돌고 도는 것 같네요."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플레이오프 3라운드 하노이 T&T(베트남)와 경기서 7-0 완승을 거두고 ACL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문제는 H조의 구성원이다. 서울이 합류한 H조는 명실공히 '죽음의 조'라 불리울 만하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호주) 그리고 J리그 3위팀인 가시마 앤틀러스(일본)가 바로 이 H조에 속해있다. 서울에는 팀 하나하나가 익숙하다.

그 중에서도 여러모로 가장 익숙한 팀은 광저우다. 광저우는 서울에 있어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악연의 대상이다. 2013 ACL 결승전 당시 서울은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지휘하는 광저우와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진 두 경기서 연달아 무승부를 거두고도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인해 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치열한 신경전과 광저우 원정 당시 극성팬들의 홈 텃세는 '덤'이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서울은 이제 본선에 합류, 광저우와 리턴매치를 준비하게 됐다. 본선 합류 후 치르는 조별리그 첫 경기 상대가 광저우라는 사실은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 감독은 광저우와 첫 경기를 치르는 소감에 대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전력상 이길 수 없는 상대다. 집중적이고 놀라운 투자에 이은 선수 구성을 보면 우리가 여러 가지로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라며 광저우의 강함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리피 감독이 사임한 후 광저우는 이탈리아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을 후임으로 결정, 지휘봉을 맡겼다.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등을 거쳐 2011년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흘리에서 은퇴한 칸나바로는 광저우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자신의 마지막 현역 팀인 알 아흘리에서 코치직을 수행했다.
칸나바로 감독의 이야기가 나오자 최 감독은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칸나바로가 나를 마크했었다"고 운을 뗀 최 감독은 "리피 감독이 바톤 터치를 아주 강력한 사람으로 하고 갔다"며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제는 이렇게 상대팀 감독으로 나타났다. 인생이 돌고 도는 것 같다"고 뜻밖의 인연을 떠올렸다.
최 감독은 1996년 7월 25일 미국 버밍햄 리전필드에서 열린 이탈리아와 애틀랜타 올림픽 조별리그 C조 3차전에 선발 출전해 경기를 치렀고, 칸나바로도 선발로 경기에 나섰다. 당시 경기 결과는 한국의 1-2 패배. 그리고 한국은 1승 1무 1패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과거, 그리고 개인을 떠나 K리그 대표라는 생각으로 자부심을 갖고 맞붙을 생각"이라고 이야기한 최 감독은 상대의 실력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약한 소리는 하지 않았다. 최 감독은 "그러나 공은 둥글다"고 힘주어 이야기하며 "선수들이 응집력을 유지하고 우리 갈 길을 가고 하고자하는 역할을 유지하면 좋은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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