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성근(73) 감독은 과거부터 잠수함 투수들을 적극 활용해서 마운드를 운용했다. OB 김진욱, 태평양 박정현, 삼성 김성길, 쌍방울 김기덕·성영재, SK 정대현 등 거치는 팀마다 잠수함 투수들을 육성해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다양한 투수들을 쓰는 김 감독 특성상 잠수함 투수는 마운드 운용에 꼭 필요하다.
그런데 한화는 전통적으로 이렇다 할 잠수함 투수들이 별로 없었다. 전신 빙그레 시절 한희민이 선발로 활약한 뒤 명맥이 끊겼다. 2000년대 후반 마정길이 불펜에서 투혼을 보여준 것 외에는 강한 인상이 없었다. 매년 잠수함 투수들은 있지만 잠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화가 풀지 못한 숙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는 뭔가 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성근 감독이 잠수함 투수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부임 후 베테랑 잠수함 임경완을 영입했고, 니시모토 타카시 투수코치에게 잠수함 투수 지도를 전담시켰다. 현재 캠프에는 임경완·정민혁·정대훈·허유강·정광운, 모두 5명의 잠수함 투수들이 있다.

일단 정대훈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대훈은 지난 13일 고치에서 치러진 세이부 라이온스 2군과 연습경기에서 구원으로 나와 2이닝 탈삼진 2개 무실점 퍼펙트로 막더니 17일 오키나와 캠프 첫 경기였던 SK전에서 선발로 3이닝 1사구 1탈삼진 무실점 노히트 투구를 했다. 김 감독도 "정대훈이 많이 늘었다"고 칭찬했다.
3번째 투수 허유강도 인상적이었다. 허유강도 세이부전에서 1⅔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뒤 17일 SK전에서 2⅔이닝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에 나오는 투수들을 일컬어 "우리 팀 비밀병기"라고 표현했는데 정대훈과 함께 허유강이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기에 투수 최고참 임경완도 3차례 연습경기에서 4이닝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위력을 떨치고 있고, 정민혁 역시 홍백전에 선발로 나와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전체적으로 잠수함 투수들이 아주 좋은 컨디션을 보이며 경쟁 구도가 치열해지고 있다. 김 감독도 "잠수함 투수가 전력에 필요하다.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전체적으로 괜찮다"고 평했다.
2007년 입단한 한화 언더핸드 정민혁은 "우리 잠수함 투수들끼리는 경쟁의식이 없다. 누구든 확실한 성적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매년 우리 잠수함 투수들이 번갈아 기용됐지만 평균자책점 5~6점대 성적에 그쳤다. 팀 내 누구를 이겨야 한다는 것보다 정말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들어있던 한화 잠수함 투수들이 올해는 비상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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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훈-허유강. 오키나와=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