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찜찜한 불펜에서 가장 확실한 선수가 부상으로 빠졌다. 켄리 잰슨(28)의 부상으로 LA 다저스 불펜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류현진(28)을 비롯한 선발투수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불펜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
LA 다저스는 18일 팀 마무리투수인 잰슨의 수술 소식을 발표했다. 잰슨은 최근 러닝 중 왼발에 불편함을 느꼈고 검진 결과 5번 중족골에 문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잰슨은 곧바로 왼발에 자란 뼛조각을 제거하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시즌 개막 불참은 확실해졌다. 잰슨은 앞으로 8주에서 12주가량은 경기에 나설 수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투수에게 치명적인 부상은 아니지만 3~4주 정도는 보호대를 착용해야 하고 그 후 재활 기간을 포함하면 빨라도 4월 말, 늦으면 5월에나 복귀할 것이라는 게 구단과 현지 언론의 대략적인 예상이다. 다저스로서는 팀의 마무리 없이 한 달 이상을 버텨야 하는 암담한 상황인 것이다.

다저스 불펜의 사정이 좋다면 모를까,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타격이 더 크다. 다저스는 지난해 선발진에 비해 불펜진이 부진하며 항상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실제 다저스 불펜 평균자책점은 3.80으로 리그 22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 중에서는 최하위였다. 현직 마무리 잰슨을 비롯, 전직 마무리 세 명(브라이언 윌슨, 브랜든 리그, 크리스 페레즈)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잰슨 이외에는 대다수가 빛 좋은 개살구였다.
이런 상황에서 다저스는 이번 오프시즌에 뚜렷한 불펜보강을 이뤄내지 못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윌슨, 페레즈 등을 방출하며 조엘 페랄타, 후안 니카시오, 조 위랜드, 크리스 해처 등을 영입하긴 했으나 8회를 책임질 확실한 셋업맨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였다. 이런 상황에서 잰슨까지 빠졌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두리번거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영입 전망은 확실하지 않다. 당장 “누가 임시 마무리를 할 것이냐”부터가 오프시즌의 최대 화두가 됐다. 다저스의 7회 이후는 이제 미궁으로 빠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저스는 이번 오프시즌의 방향을 마운드와 수비력 강화로 잡았다. 공격에 손해를 보면서도 이런 대명제에 충실히 움직였다. 그 결과 방망이로 상대를 압도하면서 경기를 끌고 가기는 지난해보다 쉽지 않을 공산이 크다. 결국 선발투수들이 경기를 길게 끌어줄 수밖에 없다.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는 언제든지 2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선발진을 이끌 수 있는 자원들이다. 하지만 브랜든 맥카시와 브렛 앤더슨은 부상 전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두 세력 사이에 낀 류현진의 활약이 중요한 이유다. 균형추가 어디로 기우느냐는 류현진에게 달렸다.
류현진은 올해 가장 큰 목표로 200이닝 소화를 잡았다. 지난해 세 차례 부상으로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한 류현진으로서는 각오가 남다른 수치다. 200이닝을 던진다는 것은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냈음은 물론, 경기마다 6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던졌다’는 것 또한 시사하기 때문이다. 커쇼, 그레인키, 류현진이 길게 던지며 불펜의 부담을 최소화한다면 돈 매팅리 감독은 나머지 경기에 불펜 총력전을 벌일 수도 있다. 류현진의 어깨가 무거워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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