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을 앞둔 본격적인 연습경기 일정이 시작된 가운데 지난해 나란히 하위권에 처진 KIA와 한화의 초반 행보가 쉽지 않다. 역시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깨지려면 차라리 지금 깨지는 것이 낫다. 두 팀이 오키나와 리그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KBO 리그 팀 중 절반이 넘는 6팀(삼성, 넥센, LG, SK, KIA, 한화)은 본격적인 ‘오키나와 리그’를 시작하며 몸을 풀고 있다. 오키나와에서만 훈련을 한 KIA, 그리고 괌 캠프를 상대적으로 일찍 마쳤던 삼성을 비롯, SK와 한화가 차례로 합류했고 애리조나에서 1차 전지훈련을 했던 LG도 오키나와로 건너왔다. 넥센이 마지막으로 오키나와에 합류해 2차 전지훈련에 임한다. 6팀은 국내 팀들, 혹은 일본프로야구 팀들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감각을 끌어올린다.
연습경기 성적에 일희일비를 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어디까지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단계다. 결과보다 내용이 좋고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투수들은 겨우 내내 갈고 닦은 새 구종이나 패턴을 ‘맞더라도’ 시험해보는 단계다. 상대적으로 컨디션이 늦게 올라오는 타자들은 그런 투수들에 적응함으로써 시즌에 대비한다. 그럼에도 아무래도 팬들의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것은 결과일 수밖에 없다.

초반 성적은 다소 엇갈린다. 삼성은 일본팀들과의 경기에서 2승1무1패를 기록하며 KBO 챔피언의 자존심을 살렸다. 한 관계자는 “삼성이 통합 4연패를 한 만큼 일본팀들도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좀 더 진지하게 임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할 정도다. SK도 2승1패를 기록했다. 탄탄한 마운드의 힘으로 올 시즌 희망을 밝히고 있다. 반면 그 반대의 위치한 팀도 있다. KIA와 한화다.
두 팀은 지난해 8·9위에 처지며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못했다. 사령탑을 교체했다는 것도 비슷했다. 그만큼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오키나와 리그 초반은 열세를 드러내고 있다. 한화는 오키나와로 이동해 가진 첫 경기였던 SK전에서 1안타를 치는 빈공에 시달린 끝에 0-7로 졌다. 18일에는 요코하마에 2-18로 대패했다. KIA도 야쿠르트에 3-14, 라쿠텐에 2-16, 그리고 18일 니혼햄전에서도 3-5로 졌다. 두 팀 모두 오키나와 리그에서 승리를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결과만 보면 씁쓸하다. 1차 전지훈련에서 기대를 모았던 부분들이 실전에서 반영되지 못했다. 하지만 너무 결과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두 팀의 전력은 100%가 아니다. 특히 한화의 경우는 1군 선수들이 줄부상에 시달린 탓에 타선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이 2군급 선수들이다. 수준 높은 1군급 투수들에 고전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두 팀 모두 새 사령탑의 훈련기조에 따른 효과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오키나와 리그는 팀 성장을 향한 동력이 될 수도 있다. 두 팀의 가장 큰 문제는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긴 시즌을 치르면서 항상 문제가 됐던 부분이다. 후보 선수들이 경기에 나가며 쌓는 경험이 성장의 동력이 된다면 오키나와 리그의 패배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또한 팀이 현재 부족한 점을 명확하게 짚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약이 된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시즌이다.
실제 두 팀은 패배에서도 위안과 교훈을 찾고 있다. KIA는 18일 니혼햄과의 경기에서 패배하면서도 임기준의 호투에서 위안을 삼았다. 김성근 감독도 17일 SK와의 경기가 끝난 후 정대훈을 가장 큰 소득으로 뽑았다. 한편 최근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볼넷과 실책에서 팀의 현 위치를 명확하게 파악했다. 향후 운영 방안에 오답노트로 활용할 수 있다. 두 팀이 이 오답노트를 토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지, 남은 오키나와 리그의 새로운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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