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싶다. 임성한 월드에 '음식'이란 무슨 존재냐고. 임성한 작가가 집필 중인 '압구정 백야'는 음식을 통해 이간질을 하기도 하고, 복수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정성이 깃들지 않은 음식은 적어도 임성한 월드에서는 죄악이다.
드라마 속 복수의 방법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압구정 백야'에서는 정성이 깃들지 않은 음식로도 친모에 뼛 속 까지 시린 복수가 가능하다.
지난 18일 오후 8시 55분 방송된 MBC '압구정백야'에는 서은하(이보희 분)가 정성이 빠진 출장 뷔페 요리로 손님을 대접했다는 이유로 그토록 사이가 좋던 남편 조장훈(한진희 분)과 크게 다투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는 서은하에게 복수심을 가지고 있던 백야(박하나 분)가 계획한 일이기도 했다. 요리 하나로 은하를 주눅들게 만들고 심지어, 음식을 버리는 은하에게 "어디서 배웠느냐"며 친모를 가르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압구정 백야'를 집필 중인 임성한 작가는 사람 사는 모습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대화들로 극을 구성한다. 음식으로 큰 싸움이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나 음식은 임성한 작가가 매 작품에서 중요시 여겼던 것 중 하나. 직접 차리지 않은 요리를 대접했다는 것을 주제로 모든 등장 인물들이 긴 시간 대화를 나눈 것도 이를 증명한다.
정성이 깃든 음식을 준비했던 오달란(김영란 분)과 출장 뷔페를 불렀던 서은하가 이날 대조적으로 비춰지며 음식을 통해 사람 관계를 나누는 모습은 특이했다. 이는 물론 가능한 일이지만, 음식으로 심도있게 큰 싸움이 되고 언성을 높이는 것은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르는 대목이기도 했다.
'압구정백야'는 타 드라마처럼 일련의 사건을 통해 서로의 믿음을 깨뜨리지 않는다.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을 심각한 사건으로 만들고 있고, 그 중 하나가 음식이다. 장훈과 은하가 출장 뷔페 건으로 다투는 장면에서는 무거운 느낌의 배경음악까지 깔려 분위기를 극대화시킨 것 역시 그러했다.
한편 이날 등장인물들은 극의 전개와는 상관 없는 대화들이 중간 중간 삽입되기도 했다. 결혼을 앞둔 육선지(백옥담 분)은 다이아몬드의 등급을 자세하게 언급했고, 결혼 준비를 하는 문정애는 함에 넣을 모피를 이야기 했다. 이러한 대화들이 향후 어떤 소재로 이용될 지는 지켜봐야 할 테지만, 당장은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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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백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