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청춘’ 평균나이 54세 여덟 멤버들. 각자 싱글로 살고 있는 사연은 다르지만 외로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은 공통점이었다. 처음에는 상당히 어색해했지만 ‘싱글’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이들은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SBS 설특집 ‘불타는 청춘’은 요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예능프로그램이었다. 최근 이혼 후 또는 결혼을 못하거나 혹은 독신을 선택해 혼자 살아가고 있는 싱글들이 많은 가운데 외로워하는 이들에게 ‘불타는 청춘’은 적절한 방송이었다.
‘불타는 청춘’은 오랫동안 혼자 지내 온 중년의 싱글남녀스타들이 1박 2일 동안 강원도 오지산골에서 지내며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 열정과 젊음을 되찾는 프로그램. 김국진, 강수지, 홍진희, 박찬환, 양금석, 김혜선, 이근희, 백두산의 김도균 등 8명의 중견 스타들이 출연해 1박 2일을 함께 지냈다.

방송은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평균나이 54세 멤버들에게서 가식적인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이들이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행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굳이 예뻐 보이려고 하는 모습은 없었다. 각자의 캐릭터대로 반응하고 행동했다.
이날 처음으로 강원도 산골의 한 집에서 만난 멤버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서열, 호칭 정리를 하고 식사 준비를 했다. 반백년을 살아온 만큼 사람을 겪을 대로 겪어 봤고 수많은 경험을 했던 이들은 어색함도 잠시였다. 금방 ‘오빠’, ‘자기야’라고 부르며 1박2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불타는 청춘’의 재미는 멤버들의 뚜렷한 캐릭터와 멤버들 간의 케미였다. 오랜 기간 연예계 활동을 해온지라 멤버 각자의 개성이 강했다. 맏언니 양금석과 홍진희는 ‘센 언니’들이었다. 두 사람은 존재만으로 상대방을 제압시키는 매력이 있었다. 또한 김혜선은 드라마에서 재벌가 역할을 주로 소화했지만 부엌에서 벗어나지 않고 궃은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언니’, ‘오빠’들의 식사를 책임졌다. 그렇게 조용히 있다가도 노래할 때는 어깨를 튕기고 목을 꺾는 등 다양한 개인기를 선보이며 반전의 매력을 보여줬다. 강수지는 세월이 만든 성격은 있었지만 여전히 청순한 매력이 있었다.
남자 멤버들 또한 다들 개성이 있었다. 김국진은 연약해 보이기만 했지만 남자들 중 나서서 힘쓰는 일은 도맡아 해 여자들을 놀라게 했고 김도균은 순수하고 해맑은 모습으로 누나들의 보호본능을 일으켰다. 박찬환은 여전히 사랑하는 여자를 찾는 로맨티스트였고 이근희는 유쾌하게 분위기를 이끄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이뿐 아니라 가상연애 또는 가상결혼 관련 프로그램들이 방송되고 있는 가운데 ‘불타는 청춘’은 억지로 남녀의 묘한 상황을 연출하지 않아도 멤버들이 알아서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마음을 표현, 행동까지 옮기는 모습이 상당히 자연스러워 시청자들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했다.
모두 싱글이라 틈만 나면 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강수지는 김국진에게 커플썰매를 제안하는가 하면 이후에도 김국진은 강수지를 챙기는 등 달달한 관계를 만들어갔다. 홍진희는 연하인 김국진에게 “자기야”라고 부르고 커피를 만들어 배달하고 엎어져서 다리에 피가 나는 박찬환에게 밴드를 붙여주며 살뜰히 챙기기도 했다.
김혜선, 이근희 커플도 만만치 않았다. 커플썰매를 타며 19금 포즈를 취해 놀라움을 자아냈고 특히 어떤 커플보다도 양금석, 김도균이 상당히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양금석은 김도균의 순수한 모습에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평소 강했던 그도 김도균 앞에서는 소녀가 됐다. 김도균은 양금석이 자신을 챙겨주는 모습에 커피 데이트를 청하고 양금석은 이 분위기를 이어가 실제로 김도균을 집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케 하는 커플이었다.
‘불타는 청춘’은 중년의 스타들이 전혀 가식 없이 자연스럽게 지내고 그 속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만드는 것은 물론 첫 방송이었지만 멤버들의 케미가 인상적인 프로그램이었다. ‘룸메이트’의 박상혁 PD, ‘즐거운 가’의 김용권 PD가 두 프로그램의 장점만을 섞어 ‘불타는 청춘’이라는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 일단 ‘불타는 청춘’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크게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과연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될 수 있을지 궁금증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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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불타는 청춘’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