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재 LG 트윈스 최고 타자는 ‘빅뱅’ 이병규(7번)다. 지난 18일(오키나와 캠프 4일차)을 기준으로 가장 뛰어난 LG 타자를 꼽으니, 이병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물론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시즌 개막까지는 37일이나 남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즌 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다. 이병규도 이를 안다. 이미 2015시즌 4번 타순을 보장 받았기 때문에 천천히 페이스를 올려도 된다. 그럼에도 이병규는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이병규는 “사실 나는 마음대로 페이스를 올리고 내리고 하는 게 없다. 아프지만 않으면 된다. 다 사이클이 있는 것 아닌가. 떨어지는 것은 나중에 다시 올라가니까 문제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선수단 전체적으로도 이병규를 향해 한 목소리를 낸다. 이병규는 18일 청백전에서 청팀의 승리를 이끄는 역전 투런포를 터뜨렸다. 이 장면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양상문 감독은 “병규의 타격감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외국인타자 잭 한나한의 반응도 비슷했다. 한나한은 “빅뱅의 스윙을 정말 좋아한다. 우리 팀 모든 동료들의 스윙을 좋아하지만, 빅뱅의 스윙은 정말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이병규는 지난해 116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3할6리 16홈런 87타점 OPS .956을 찍었다. 홈런과 타점, 그리고 OPS에서 팀 내 최고로 타선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부상 악몽에서 탈출,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 타석을 채웠다. 비로소 도약했고 자신감을 얻었다. 이병규는 2015시즌 더 높은 곳을 응시하고 있다.
어쩌면 이병규 바로 아래 그룹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은 시즌 개막에 페이스를 맞추고 있다. 지금 당장은 70, 80%도 되지 않는다. 여느 캠프와 마찬가지로, 현시점에서 치고 올라오는 그룹은 젊은 선수들이다. 그런데 이게 한 두 명이 아니다. 채은성 최승준 김용의 문선재 모두 기세가 심상치 않다. 이들이 이병규 바로 아래서 엎치락뒤치락 중이다.
채은성은 타구에 힘이 제대로 붙었다. 지난해까지는 타격 연습 시 강하게 맞아도 공이 펜스에 맞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담장을 훌쩍 넘긴다. 이대로라면,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타구의 비거리도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양 감독은 “은성이가 작년보다 더 좋아졌다. 작년에는 펜스 앞에서 잡힌 타구가 몇 번 나왔는데 올해에는 넘겨버릴 것이다”고 기대했다.
거포 잠재력을 갖춘 최승준은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다. 정확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팔로스루 동작을 작게 가져가고 있는데 벌써부터 타구의 질이 좋다. 타격 훈련에서 최승준과 한 조에 배치된 정성훈은 “승준이가 정말 좋다. 타구가 정말 무섭게 나간다. 1루를 승준이에게 빼앗기게 생겼다”고 웃었다. 최승준은 내야 수비 훈련에도 전력을 다하며 2015시즌 풀타임 출장을 응시 중이다.
김용의와 문선재는 2013시즌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양 감독은 “둘 다 짧은 시간임에도 정말 타격이 좋아졌다. 분명 우리 팀에 큰 힘을 보태줄 것이다”고 전망했다. 양 감독이 둘에게 만족하는 것은 발전이 타격에만 국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용의와 문선재는 타자들이 타격 훈련을 할 때면 일부러 외야에 서 있으면서 타구를 눈에 익힌다. 양 감독은 “외야 펑고 타구와 타자들이 실제로 치는 타구는 차이가 있다. 타자들이 연습할 때를 기회 삼아 외야로 향하는 타구를 많이 바라보고 잡게 했다”고 말했다. 김용의와 문선재가 2013시즌 중반까지의 타격을 보여주면, LG 야수진은 몇 배는 더 두터워진다.
‘와일드 카드’로 꼽을 수 있는 흥미로운 타자도 있다. 대졸 신인 내야수 박지규다. 청백전에서 2안타를 날린 박지규는 ‘실전용’이란 평가다. 연습 타격도 뛰어나지만, 실전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다. 실제로 박지규는 청백전 첫 타석에서 장진용의 체인지업을 중견수 앞으로 떨어뜨렸다. 빠른 공 타이밍에 스윙이 나가다가, 순간적으로 중심을 아래로 낮춰 안타를 만들었다. 양 감독은 “어쩌다가 한두 번 이런 모습이 나온다면, 그냥 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규는 이런 모습이 꽤 많이 나온다. 천부적인 감각이 있다”고 칭찬했다. 박지규는 “특별한 것은 아니고 예전부터 배운 대로, 하던 대로 해서 쳤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타격 폼을 교정 중인 이들도 있다. 오지환과 정의윤은 자신의 약점을 지우기 위해 폼 교정을 단행했다. 오지환은 청백전에서 홈런을 쳤음에도 “바람 덕분에 넘어갔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지환은 타격 준비 자세에서 팔을 이전보다 아래로 내렸다. 헛스윙 삼진이 많았던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돌아서 나오는 스윙 궤적을 최소화시키는 중이다. 정의윤도 타격시 무게 중심을 이전보다 뒤로 놓았다. 유인구에 쉽게 당하지 않으려는 대비책이다.
노찬엽 타격코치는 캠프를 시작하기에 앞서, “베테랑 4인방과 이병규(7번), 그리고 손주인까지는 크게 터치하지 않는다. 이들은 이미 어떻게 페이스를 조절하고 자신의 타격이 어떤지 잘 알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젊은 선수들이다. 이들이 잘 해줘야 우리 성적이 향상될 수 있다. 캠프에 떠나기 전 젊은 선수들로 하며금 자신의 영상을 보고 단점을 보완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노 코치의 자율학습이 시작됐고, 그 효과가 어느정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LG는 20일 SK전을 시작으로 9번의 연습경기를 치른다. 본격적으로 실전에 들어가는 만큼, 젊은 야수진 경쟁구도도 명확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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