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이 돋았다".
한화 오른손 투수 최우석(22)이 왼손으로 공을 던졌다. 연습 투구도 아니고, 실전경기에서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바꿔 던지는 '스위치 투수'로 나선 것이다. 만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현실로 나타났다. 김성근(73) 감독의 파격적인 용병술이 최우석의 스위치 투구로 다시 한 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 왼손 최우석, 최고 구속 135km

최우석은 지난 18일 요코하마 DeNA 2군과 연습경기에서 8회 5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했다. 우완 투수인 그는 오른손으로 2타자를 먼저 상대했다. 첫 타자 쿠리모토를 1루 땅볼 아웃 처리한 뒤 미야자키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루. 여기서 갑자기 니시모토 타카시 투수코치가 주심에게 향했다.
투수 교체를 하는가 싶었지만 니시모토 코치는 최우석에게 글러브를 전했다. 최우석은 글러브를 넘겨받았는데 오른손에 꼈다. 그리고는 등지고 있던 1루를 바라보며 왼손으로 몇 번 연습 투구를 했다. 그 순간 관중석에 자리해있던 한화 투수들이 술렁였다. 설마 하던 스위치 투구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좌완' 최우석은 좌타자 시조노를 상대로 1~3구 모두 120km대 중반 느린공을 던졌지만 제구가 안 됐다. 하지만 4구째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5구째 135km 직구를 바깥쪽으로 던져 2루 땅볼 처리했다. 한화 투수들도 놀라워하며 박수를 쳤다. 경기는 패했지만 최우석의 스위치 투구는 단연 화제였다.
경기 후 최우석은 "실전 경기에서 왼손으로 던진 건 중학교 3학년 때였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니시모토 코치님이 왼손용 글러브를 전해주실 때 소름이 돋았다. 처음에는 무슨 상황인지 잘 몰랐다. 감독님께서 왼손 투구에 대한 언질도 없으셨다. 처음에는 어떻게 던져야 하나 싶었다"고 얼떨떨해했다.
그는 "1~3구를 던질 때에는 팔이 퍼져 나와 제구가 잘 안 됐다. 4구째부터 짧게 채서 던지니까 제구가 되더라. 마지막 공은 직구였다. 왼손으로 변화구도 던질 수 있는데 오늘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늘 1루를 등지고 있었는데 바라보며 던지는 것도 어색했다"며 "그래도 재미있었다. 스위치 투구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고 웃어보였다.
▲ 김성근 감독, "시즌 때도 스위치 가능"
최우석의 왼손 투구는 일시적인 즉흥 쇼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김성근 감독은 최우석의 왼손 투구에 대해 "실전에서 어떻게 하는가 보고 싶었다. 왼손으로 던진 다음 오른손으로도 던질 수 있으니 투수 한 명을 아낄 수 있다"며 "연습도 안 했는데 스트라이크가 들어갔다. 시즌에 들어가서도 상황에 따라 스위치투구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시켜본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날 일본 심판에게도 스위치 투수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일본에서는 이 같은 경우가 없지만 코치 대신 선수가 반대 손 글러브를 전달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 감독은 "양손을 쓸 수 있는 글러브를 구해오라"며 웃었다. 김 감독 마음을 알았을까. 최우석은 "고치 야구 용품점에서 양손 글러브를 봤다. 왼손으로 던질 때 그 글러브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최우석은 태어날 때부터 왼손잡이였다. 투수를 할 때는 왼손으로 던지고, 타격은 오른손으로 쳤다. 그러나 이수중 3학년 때 어깨 부상을 입었고, 장충고에 진학하면서부터 오른손으로만 던지고 있다. 하지만 밥을 먹을 때나 글씨를 쓰는 등 일상생활은 왼손으로 한다. 신인으로 입단할 때부터 스위치 투수를 꿈꿨다. 김성근 감독을 만나 꿈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한편 미국 메이저리그에는 뉴욕 양키스에서 데뷔해 현재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몸담고 있는 팻 밴디트가 유일한 스위치 투수로 존재한다. 오른손잡이로 태어난 그는 3살 때부터 왼손으로도 던졌다. 특수 제작된 양손 글러브로 상대 타자에 따라 던지는 손을 바꾼다. 오른손으로 오버핸드, 왼손으로 사이드암 투구를 한다. 스위치 투수가 스위치 타자를 만날 경우에는 투수가 먼저 어느 손으로 공을 던질지 결정한 후 타자가 어느 쪽에서 타격할지 결정하는 규정이 있다. 다만 초구를 던진 후에는 투수와 타자 모두 한 번씩 손이나 타석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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