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체형의 김국진이 장작을 시원하게 패며 상남자 매력을 드러낼 줄이야. SBS 설날 특집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이 중년 스타들의 반전 매력을 발견하는 시간이 됐다. 인생의 전환점을 돈 이들이 털어놓는 애환이나 진중한 고민들이 공감대를 자극한 것은 당연했다.
지난 18일 방송된 ‘불타는 청춘’은 김국진, 강수지, 홍진희, 박찬환, 양금석, 김혜선, 이근희, 백두산 김도균이 출연해 강원도에서 1박 2일 동안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담은 관찰 예능. 강원도 오지에서 함께 생활하며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담았는데, 스타들이 함께 수다를 떨고 노래를 부르며 친밀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24시간 가까이 카메라가 돌아가다 보니, 스타들의 진솔한 매력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김국진은 평소 스튜디오 예능프로그램에서 안정적인 진행과 입담을 뽐내던 모습에서 잠시 벗어나 적극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강원도 출신이라면서 장작을 남자답게 패서 양금석과 마님과 머슴 캐릭터를 형성했다. 또한 강수지와 미묘한 러브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강수지는 청순의 대명사에서 잠시 내려와 언니들과 폭풍 수다를 떨며 친근한 매력을 뽐냈고, 홍진희와 김혜선은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면서도 시청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감정과 굴곡진 삶을 살았던 지난 날을 떠올려 안방극장을 뭉클하게 했다. 지적인 매력의 양금석은 다소 기가 세보이긴 하나 누구와도 쉽게 어울리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드는 주도적인 성격으로 이 프로그램의 구심점이 됐다. 외적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김도균은 의외로 ‘소녀 감성’을 드러내 웃음을 안겼다.
‘불타는 청춘’은 인생의 전환점을 돈 이들이 모여 뭔가 툴툴거리면서도 서로를 배려하기 바빴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 매력을 뽐냈고, 누군가는 함께 티격태격하면서 친밀해지는 과정에서 친근하게 다가왔다. 보통 나이가 들면 친구가 되기 어렵다는데 오지 산골이라는 장소적인 배경, 그리고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이라는 공통점은 이들을 조금 더 가깝게 만들었다.
1박 2일간의 생활이 끝난 후 친구가 된 양금석과 김도균이 함께 차를 타고 서울로 가는 모습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친구 만들기’라는 구성이 좋은 결과물로 이어진 것을 의미했다. 제작진의 설정이 아닌 자연스럽게 벌어진 이 같은 마무리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인 맛이 됐다. 사실 ‘불타는 청춘’은 현재 SBS에서 방송 중인 ‘룸메이트’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프로그램. 스타들이 일상을 함께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담는데, 중년 스타들만 한데 모은 이번 구성은 좀 더 진솔한 느낌을 들게 했다.
보통 설날 특집 예능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정규 편성의 기회를 잡기도 한다. 일단 특집 방송에서 좋은 분위기를 보여준 ‘불타는 청춘’이 설날이 끝난 후에도 안방극장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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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청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