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삼시세끼를 뭐 먹지? 먹방이 달라졌어요![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2.19 09: 12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살을 빼자'고 너도나도 다이어트에 목숨 거는 시대, TV 예능은 거꾸로 먹방을 탐구중이다. 왜? 시청률이 잘 나오니 그럴수 밖에. 먹방의 종류도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맛집을 찾고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는 건 이제 기본중에 기본, 아니 초보 수준에 불과하다. 첩첩산중 산골이나 외딴 섬에 들어가 먹거리를 찾고 온갖 시련을 뚫어야 밥 한 끼 얻어먹는 고행을 곁들이는 식이다.
시청자들은 이런 먹방에 환호한다. 애플힙을 가졌다고 자기 입으로 자랑하는 미녀 MC가 늘씬한 몸매로 여기저기 맛집을 찾아다니며 온갖 진미를 아구아구 먹는 모습에서 환상을 보는 형식이다. 저렇게 먹어도 운동만 열심히 하면 살 안찐다는 말이지 하고. 
또 귀공자로 유명했던 톱스타가 무쇠 가마솥에 밥을 하고 솥뚜껑 삼겹살 김치볶음을 만드는 장면에서 모든 걸 잊고 시골로 돌아가는 '미생의 꿈'에 빠져든다. 그래, 힘든 직장생활 때려치고 귀향하면 모든 시름은 끝이구나 하고. 

역시 TV 예능의 핵심은 대리만족이고 감정이입이다. 먼저 예로 든 올리브TV의 '테이스티 로드'는 박수진을 새로운 먹방 MC계 스타로 이끌며 시즌 3째 순항하고 있다. 날씬한 박수진이 돌멍게부터 최고급 등심을 참 먹음직스럽게 우걱우걱 얌냠쩝쩝 해치우는 모습은 시청자 입에 절로 군침을 돌게 한다. 대체로 진짜 맛있는 집을 골라서 방송한다는 것도 이 프로의 미덕이고 장수 배경이다.
다음에 예를 든 tvN 나영석 PD의 '삼시세끼'는 산골과 어촌을 오가며 출연진들이 자기 먹을 것 자기가 구해서 끼니를 잇는 단순한 예능이다. 산골편은 이서진 옥택연, 어촌편은 차승원 유해진으로 단촐하게 구성했는데 이 프로 보는 재미는 왠만한 지상파 TV 간판 예능을 능가한다. 당연히 시청률도 팍팍 오르는 중이다.
이서진과 옥택연이 여러 게스트를 초청해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이고 계란말이 살살 부쳐서 오손도손 먹는 장면은 압권이다. 차승원 유해진은 외딴 섬 바닷가에서 갖가지 해초를 줍고 생선을 낚아 안빈낙도의 삶을 즐기고 있다. 그냥 세끼 때우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 재미는 두 배 세 배로 증폭된다.
또 신동엽 성시경 콤비를 탄생시킨 올리브 '오늘 뭐 먹지'도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물에 빠져도 입만 동동 뜰거라는 신동엽이 쉴새없이 주절거리고 발라드 가수에서 예능인으로 거듭난 성시경은 절묘한 리액션 속에 숭구리당당 숭당당 맛깔진 음식을 쏟아낸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종편에 먹방 열기를 이식한 프로다. 역시 거창한 산해진미 아닌 소박한 한 끼 식사를 소재로 삼아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스타들의 실제 냉장고를 스튜디오로 가져와 6인의 유명 셰프들이 주어진 재료로 요리 대결을 펼치는 게 이 프로의 기본 콘셉트이다. 여기에 대결 구도까지 곁들여서 '먹는 것'을 주제로 다양한 방식의 예능을 삽인한 게 포인트다. 
"밥은 먹고 다니냐?" 옛 어른들이 자기보다 어린 이들을 만났을 때 늘 안부 삼아 묻던 우리네 인사말이다. 먹거리 풍년 속에 사치스럽고 눈요깃거리에 가까운 요리들을 떠돌던 TV 먹방이 한 끼 한 끼를 소중히 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현실이 반가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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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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