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의 함정에 빠질 뻔 했다. 다소 흥미롭지 않은 제목에도 꿋꿋하게 시청을 한 지조 있는 시청자들은 대박 예능 하나를 건졌다. SBS 설날 예능프로그램 ‘썸남썸녀’가 식상한 ‘짝짓기 예능’으로 오해할 만한 제목과 달리 온라인 반응이 뜨겁다. 스타들의 재밌고 공감이 가는 연애와 사랑 이야기로 큰 지지를 받고 있는 것. 현재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 스타들이 모여 가식 없이 털어놓는 고민들이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다.
지난 17일과 18일 2부에 걸쳐 방송된 ‘썸남썸녀’는 스타들이 세 명씩 짝을 지어 한 집에 살면서 연애와 사랑, 그리고 결혼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구성. 사실 이 프로그램은 남녀 스타 9명이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명절 혹은 잊을 만 하면 나오는 짝짓기 예능이 아니냐는 억울한 오해를 받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프로그램은 기존 짝짓기 예능과는 궤를 달리 했다. 아니 출발부터 달랐다.
일단 MBC ‘우리 결혼했어요’처럼 출연 스타들이 가상 결혼 혹은 연애를 하는 구성이 아니다. 그래서 연애와 사랑을 주제로 해도 조금은 ‘담백한’ 구성이다. 일명 가상 설정에 놓인 게 아니라 좀 더 자연스럽다. 스타들이 한 집에 모여 수다를 떨고, 함께 무엇인가를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구성 외에는 딱히 제작진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구석이 없다. 때문에 ‘룸메이트’나 MBC ‘나 혼자 산다’의 확장판에 가깝다. 두 프로그램의 장점이 이 프로그램에서 보인다. 스타들이 한 집에 사는 일상을 담는 과정에 연애와 사랑, 결혼이라는 주제에 집중한 모양새다.

그렇다고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요리조리 섞어놓은 식상한 구성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겨우 두 번 방송했을 뿐이지만, 일단 가식 없이 스타들이 카메라 앞에 서는 것 자체가 재미를 유발한다. 출연하는 스타들이 현재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거나, 안방극장에서 좀 처럼 보기 힘든 ‘희귀 출연자’가 아닌데도 이들이 일으키는 조합은 신선하다.
예능에서 많이 활약하는 나르샤나 채연, 심형탁 등이 사랑과 연애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솔직한 ‘옆집 언니’의 매력을 보여준 채정안은 ‘썸남썸녀’를 통해 호감도가 급상승했고, 한정수와 김기방은 극과 극의 남자가 가진 매력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김지훈, 김정난, 선우선은 미묘한 감정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이성 친구로서 서로의 연애 상담을 하며, 편안한 이성 친구를 바라는 젊은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하고 있다. 스타들끼리 한 집에 모여서 일명 ‘썸’을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서로의 연애를 응원하고 고민 상담을 하는 구성인 것.
스타들은 ‘썸남썸녀’에 출연, 연애와 사랑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동성 혹은 이성 친구를 만들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을 밟게 된다. 여기에서 이 프로그램의 장기와 매력이 발휘된다. 스타들이 새로운 친분을 만드는 예능은 끈끈한 관계를 보는 즐거움이 있는데, 여기에 스타들의 몰랐던 매력을 발견하는 재미,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깊은 공감까지 선사한다. 그래서 방송 후 출연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예상 외로 재밌다는 안방극장의 뜨거운 반응이 벌어지고 있는 것. 특히 제목에서 주는 ‘짝짓기 예능’이라는 부담감과 다소 신선해보이지 않는 구성 때문에 시청을 주저했다가 막상 프로그램을 보니 재밌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썸남썸녀'는 설날 특집으로 2부작 구성이다. 이미 2부작이 모두 방송된 가운데, 김기방과 심형탁의 소개팅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리고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러 간 채정안, 채연, 나르샤의 뒷 이야기도 정말 궁금하다. 설날 연휴가 끝난 후 정규 편성이 된다면 이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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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남썸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