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은 강했다. 영화 '킹스맨'은 개봉 8일째인 지난 18일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감독 매튜 본, 수입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이하 킹스맨)는 당초 설 연휴 기대작이 아니었다.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지만, 국내 인지도가 높지 않고, 콜린 퍼스와 매튜 본 감독 외에는 잘 알려진 출연진을 찾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청소년관람불가라는 등급으로, 설 연휴는 국내 영화들이 독식할 것처럼 예상됐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로 말했다. 젠틀맨 스파이에 도전하는 에그시(태런 애거튼)과 악당을 쫓는 킹스맨 해리(콜린 퍼스)의 이야기라는 한 줄 줄거리는 평범했지만, 속내는 평범하지 않았다. 기존 스파이 영화의 공식들을 비트는 B급 감성이 보는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16,17일에는 국내영화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을 누르고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기존 질서와 체제에 대한 저항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뒷모습으로 등장하는 오바마 미 대통령을 비롯해 자신의 안위만 챙기는 권력자, 신분에 집착하는 고위관계자, 백인우월주의에 빠진 교인들 등이 등장하는데, 이 모든 것이 타파되며 쾌감을 안겼다. 하이라이트인 이른바 '불꽃놀이 신'이 그러했다. 폭력과 욕설을 싫어하는 악당이나 개방적인(?) 공주 등 인상적인 캐릭터들도 한 몫했다.
재미에 충실한 오락영화이기도 했다. 액션영화 그 자체로도 신선했다. 잔인한 장면이 다수 나오지만, 신나는 배경음악과 만화적인 연출로 풀어냈다. 한때 체조 유망주였던 에그시는 아크로바틱한 몸동작을, 두 발에 칼을 찬 가젤(소피아 부텔라)은 무용과 브레이크 댄스를 결합된 액션을 선보였다. 국내 영화 '올드보이'(2003)서 영감을 받은, 원테이크로 촬영된 해리의 교회 대결신은 이 영화의 백미였다.
여성 관객들에겐 정장을 입고 절제된 액션을 선보이는 콜린 퍼스를 지켜보는 행복을 선사했다. '콜린 퍼스 보러 갔다가 태런 애거튼에 반했다'는 말처럼, 근육질 몸매에 소년 같은 앳된 얼굴을 지닌 신예 태런 애거튼는 '킹스맨'의 발견이었다. 턴불앤아서 셔츠, 드레이크 넥타이, 조지 클레버리 구두 등 고급 브랜드가 화면을 채우는 재미도 쏠쏠했다.
매튜 본 감독은 현재 속편과 콜린 퍼스의 복귀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킥애스'(2010), '액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 등 흥미로운 시리즈의 시작을 열고 새로운 프로젝트로 옮겨간 매튜 본 감독이기에, 후속편이 나오더라도 그가 메가폰을 잡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하지만 적어도 국내에선 이를 기대하는 팬들이 상당수라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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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세기폭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