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경고장, "이대로 사라지고 싶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2.19 13: 00

"이대로 사라지고 싶으면 지금처럼 해라". 
한화가 오키나와 리그에서 연일 굴욕적인 대패를 당했다. 17일 SK전 1안타 0-7 영봉패, 18일 요코하마 2군전 2-18 대패로 연일 무릎을 꿇었다. 어디까지나 연습경기 그것도 2군 선수들 위주로 치러진 경기라는 점에서 승패의 결과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된다. 
그보다 문제는 내용이었다. 투수들은 2경기에서 14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공격적인 타격을 하는 연습경기 특성상 투수들의 제구가 되지 않았다. 야수들은 기록된 실책이 2개뿐만 아니라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가 속출했다. 타선은 2경기에서 8안타를 치며 2득점에 그쳤다. 

냉정하게 이틀 동안 결과를 보자. 김성근 감독은 "지금 이 선수들로 부족한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투수조 김민우·송창식·양훈·조영우·최우석·임경완, 야수조 송주호·노수광·황선일·박노민·정범모·권용관·박한결·주현상·이창열·오준혁·장운호·채기영·추승우는 지난해까지 한화 1군에 없는 전력이었다. 
정범모만이 주전급 포수로 활약했을 뿐 다른 팀에서 이적해오거나 갓 데뷔하는 신인들이 지금 뛰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레귤러' 멤버가 없다는 뜻. 김태균을 비롯해 10명의 선수가 재활을 하고 있으며 주요 투수들도 천천히 몸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즉, 연이틀 대패는 한화 1군이 아닌 2군 팀의 결과로 봐야 한다. 
김성근 감독은 요코하마전에서 대패한 후 고친다구장으로 돌아와 15명의 경기조 야수들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한참 동안 이야기하며 최후통첩에 가까운 메시지를 전했다. "이대로 사라지고 싶으면 지금처럼 해라. 남고 싶으면 눈하고 귀, 머리를 써라"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뭔가 보여주지 못하면 밀리는 건 정말 순식간이다. 
현재 한화 캠프에는 재활조를 포함해 50명의 선수들이 있다. 송광민을 비롯해 재활 선수들이 하나둘씩 몸 상태를 끌어올리며 실전경기 투입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 경기에 뛰고 있는 선수들은 당연히 설자리를 잃게 된다. 냉정하게 볼 때 지금 경기에 뛰는 멤버 중에서 올 시즌 1군에 볼 수 있는 선수는 얼마 없을 것이다. 
김 감독은 "지금 결과가 잘못됐다고 슬퍼할 필요 하나도 없다. 우리가 이 정도 실력인 것이다"고 인정한 뒤 "이런 결과가 오히려 좋다. 그래야 '아, 모자라구나' 싶은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연이틀 대패 후 한화 경기조 선수들은 밤 8시를 넘어서까지 훈련을 거듭했다. 김 감독의 최후통첩에 가까운 경고가 선수들에게 어떤 자극이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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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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