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언젠가 반드시 NBA 유니폼을 입고 말겠어!”
미래의 NBA리거를 꿈꾸며 눈물 젖은 빵을 먹는 이들이 있다. 바로 하부리그인 NBA Development League(이하 D리그) 소속의 선수들이 그들이다.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는 NBA 올스타전이 열려 전세계 농구팬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같은 날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D리그 올스타전이 열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과연 D리그 최고의 선수들은 실력이 어느 정도일까.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기자가 출동했다.
▲ NBA와 D리거, 대우가 어떻게 다를까?

D리그 올스타전은 올스타 전야제가 열렸던 브루클린의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열렸다. 전날 잭 라빈의 ‘스페이스잼’ 덩크슛으로 초토화됐던 바로 그 경기장이다. D리그 올스타전은 오후 2시에 열렸고, 입장료도 30달러에서 시작할 정도로 매우 저렴한 편이었다. 하지만 표가 없어서 못 들어가던 전날 행사와는 반응이 현저히 달랐다. 경기장 안에 들어가 보니 약 2만 명을 수용하는 구장에 6000명 정도가 왔다. 그나마 평소 D리그 경기보다는 많이 왔다고 한다. 올스타 열기는 느끼고 싶은데 형편이 어려워 NBA는 볼 수 없는 팬들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구장에서 해도 NBA와 D리그는 전혀 열기가 달랐다
NBA 경기의 경우 삼엄한 경비를 한다. 스타선수들의 몸값이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허가를 받은 기자들이 라커룸에 출입할 때도 철저하게 시간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D리그는 달랐다. 굳이 라커룸에 들어가지 않아도 선수들이 자유롭게 복도를 활보하고 다녔다. 더 놀라운 것은 선수를 알아보는 사람도 한 명도 없고, 사인을 받으려는 팬도 아무도 없었다. 경비원이 할 일이 없을 정도로 대단히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기자는 올스타전야제를 3층 꼭대기 취재석에서 봤다. 현장 열기는 느낄 수 있었지만 선수들은 개미만한 크기로 보였다. D리그 올스타전은 언론에게도 관심이 없는 경기였다. 3층 취재석이 모두 텅텅 비었다. 1층에도 빈자리가 보였다. 기자가 과감하게 1층 취재석에 가서 앉았는데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NBA경기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덕분에 바클레이스 센터 코트사이드에서 경기를 구경하는 호사를 누렸다.
▲ NBA 선수되기? 하늘의 별 따기
D리그 선수들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KBL에서 뛰는 외국선수들이 대부분 D리그 경험이 있다는 말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전자랜드의 리카르도 포웰도 2010년 D리그 올스타전을 뛰었다.
전날까지 NBA 스타들의 경기를 봐서인지 더욱 기량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덩크슛이나 드리블 등 화려함에서는 비슷했다. 다만 언제 패스를 줘야 하는지,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 얼마나 실수가 적은지 등 농구 전반의 기량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한눈에 봐도 선수들은 각자 한 가지 이상의 단점을 갖고 있었다. 덩치와 신장이 좋은가 싶으면 공격력이 떨어졌다. 재빠르고 드리블이 좋은데 3점슛 능력이 없는 식이다. 공격은 탁월하지만 수비를 아예 안하는 선수도 많았다. 하지만 열정하나만큼은 대단했다. 특히 D리그 올스타전은 NBA 각구단 스카우터와 주요 단장들이 모이는 무대다. 여기서 잘하면 NBA콜업도 기대할 수 있다.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뛰는 것이 보였다. 다만 너무 과욕을 부리는 경우도 종종 나왔다.
NBA는 D리그 성공사례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선수들과 관중들에게 계속해서 보여줬다. ‘너희들도 열심히만 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지난해 D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던 로버트 코빙튼(25,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은 시즌이 끝난 뒤 필라델피아와 정식계약해 NBA 꿈을 이뤘다. 코빙튼은 필라델피아서도 주전으로 자리를 잡으며 평균 13.2점, 4.7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그 결과 올 시즌 NBA 유망주로 꼽혀 ‘라이징스타 챌린지’까지 출전했다. 코빙튼은 이미 D리그에서 NBA로 오면서 벽을 한 차례 깼던 선수이기에 NBA에서의 경쟁도 버틸만했다.

일단 D리그로 떨어지면 아무리 명문대를 나왔더라도 소용이 없다.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코빙튼 역시 농구로 유명하지 않은 테네시 주립대를 나왔다. D리그에는 이렇게 무명대 출신으로 NBA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많다. 또 명문대에서 전미를 주름잡다가 NBA에 낙방한 뒤 D리그로 오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선수가 노스캐롤라이나를 졸업한 제임스 맥아두다.
NBA 드래프트에서 낙방한 뒤 서머리그서 골든스테이트의 눈에 띈 맥아두는 다시 방출의 설움을 겪었다. 골든스테이트 산하 D리그팀 산타크루즈 워리어스에서 새출발한 맥아두는 골든스테이트와 극적인 10일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운명의 NBA 데뷔전에서 11점, 5리바운드로 설움을 폭발시켜 현재 NBA에 남아있다. 맥아두는 원래 D리그 올스타전에 출전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성공은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누가 대신 만들어주는 노력은 없다. D리그에는 일본인 토가시 유키(22, 텍사스 레전즈)도 뛰고 있다. 170cm의 신장에 누가 봐도 볼품없는 체격의 그다. 국내 농구인들은 몇몇 KBL 선수가 유키보다 잘한다며 그를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키의 노력하나는 대단하다. 그는 일본에서 보장된 삶을 마다하고 D리그에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하승진과 방성윤 이후 D리그에 도전하는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선수들은 국내에서 뛰어도 충분히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어 동기부여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 한국에 올만한 선수들 누가 있나?
매년 KBL 관계자들은 ‘D리그 쇼케이스’를 관전하러 미국을 방문한다. KBL에서 뛸만한 선수들 자원이 가장 많은 곳이 D리그이기 때문이다. D리그 올스타전에서도 향후 KBL에 올만한 선수들이 몇 명 보였다.
현재 D리그 최고센터로 군림하고 있는 아린제이 오누와쿠(28, 캔튼 차저)는 듬직한 센터를 원하는 팀에서 군침을 흘릴만한 타입이다. 206cm, 125kg의 당당한 체격에 힘이 장사라 골밑에서 무적이다. 그는 포지션을 잘 잡았고, 리바운드를 따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선수였다. 명문 시라큐스대를 나왔지만, 키가 작고 공격력이 떨어져 NBA에 가지 못한 경우다.
베일러대학을 졸업한 퀸시 밀러(23, 리노 빅혼스)도 208cm의 장신포워드로 매력적인 선수다. 다만 한국에 오면 성질 때문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짐을 쌀 것 같다. D리그 선수들은 팀에서 자신의 비중이 크지 않다. 한국처럼 공수에서 모두 에이스를 맡아야 하는 역할이 생소한 경우가 많다.
다음 시즌 KBL은 외국선수 2명을 동시 출전시킬 방침이다. 그 중 한 명은 193cm이하로 뽑겠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각 구단에서 단신선수 정보 모으기가 한창이다. D리그 올스타전에도 그런 선수가 몇 명 보였다. 대표적인 선수가 스테판 커리(28,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동생 세스 커리(25, 어리 베이호크스)다. 그는 형과 마찬가지로 3점슛에 특화된 슈터로 부드러운 슈팅 릴리스를 보였다. D리그 3점슛 대회서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슛 하나는 NBA급이다. 명문 듀크대학에서 마이크 슈셉스키의 지도를 받았다.
다만 그는 신장이 185cm로 애매하다. 한국식으로 농구화를 벗고 재면 180cm밖에 안 된다는 소리다. 최대한 큰 선수를 선호하는 KBL 감독 성향 때문에 실제로 한국에 올 확률은 낮다. 만약 그가 온다면 스테판 커리의 동생이란 이유로 화제가 될 선수다. 세스 커리는 지난 시즌 산타크루즈 워리어스에서 뛸 때 미국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던 이규섭 코치와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이 밖에 크리스 맙(25, 메인 레드 크라우스), 안드레 에밋(33, 포트웨인 매드앤츠), 디안테 가렛(26, 아이오와 에너지) 등이 단신선수로 KBL 올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이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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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미국)=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