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욕받이 ‘아육대’, 장수 명절 예능 빛과 그림자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2.20 07: 35

일명 아이돌 팬들에게 ‘욕받이’로 통하는 ‘아육대’가 구기 종목에 집중, 눈을 뗄 수 없는 박진감을 형성했다. 행여나 ‘우리 오빠’가 다칠까봐 전전긍긍하며 본지 벌써 10회. 아이돌 팬들은 ‘이쯤 되면 사리가 나온다’라고 투덜거리면서도 일단 시청하는 높은 충성도를 보이고 있다. 늘 시끄럽고 욕먹기 일쑤인 ‘아육대’가 재밌는 스포츠 경기라는 기본에 충실해 명절 안방극장을 어김없이 사로잡았다. 동시에 이 프로그램이 10회까지 이어지는 동안 불거진 문제점은 아이돌 팬들의 불만을 샀다.
지난 19일 방송된 MBC 설날 특집 예능프로그램 ‘2015 아이돌스타 육상·농구·풋살·양궁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는 2010년 이래 벌써 10회째 방송되고 있다. 인기 종목인 풋살 외에 새로운 구기 종목인 농구를 추가해 1년 만에 돌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지난 해 6월에 월드컵을 앞두고 풋살만 방송했으니 반년 만이다.
20일 오후 6시에 2부가 방송될 예정이지만, 일단 1부만 봤을 때 잡다한 예능 장치 없이 스포츠 경기 중계에만 집중한 모양새다. 아이돌 스타들이 머리스타일이 망가지며 열심히 뛰어다니는 열정을 MBC와 ‘아육대’ 제작진이 모를 리 없다. 응원이라든가, 부가적이고 잡다한 인터뷰를 줄이고 가장 중요한 경기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인기 종목 쏠림 현상이긴 해도 우선 재밌는 종목은 ‘믿고 보는’ 풋살과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농구다.

풋살은 아이돌 스타들이 사모임을 가지며 평소에도 열심히 할 만큼 출전 선수들이 골고루 뛰어난 실력을 장착하고 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경기, 누가 이겨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비등비등한 실력은 경기의 박진감을 높였다. ‘아육대’를 통해 ‘풋살 간판’으로 여겨지는 비스트 윤두준과 샤이니 민호가 속한 팀이 나란히 결승에 오르며 치열한 대결을 벌였다. 그 결과 샤이니 민호가 속한 FC청담이 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진짜 국가대표 선수인 것마냥 열정적으로 뛰어다니고 얼굴에 공을 맞아도 씩씩하게 달린 아이돌 스타들의 땀과 노력이 빛났다.
농구 역시 흥미로웠다. 학창시절 농구 선수 출신들이 쫙 깔린 까닭에 기대 이상의 수준급 실력들이 쏟아졌다. 풋살보다 좀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경기 운영 방식과 제작진의 빠른 편집이 조합을 이루며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특히 농구에는 풋살보다는 아직은 지명도가 떨어지는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활약이 돋보이며 이 프로그램의 장기인 ‘신인 발굴 기능’이 발휘됐다. 마이네임 인수는 자유투를 던지면 100%의 성공률을 자랑했고, 누구보다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인수는 이번 ‘아육대’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농구에 일가견이 있는 씨엔블루 정용화 역시 주장으로서 맹활약했다. 농구는 속도감이 있는 경기. 풋살과 마찬가지로 한번 보기 시작하면 놀라운 흡인력을 자랑했다.
풋살과 농구 경기의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든 것은 의도하지 않게 웃음을 선사한 해설위원들. 농구 해설을 한 석주일과 현주엽은 ‘농구계 펠레’로 등극했다. 이들이 부진하다고 안타까워하던 선수들이 곧바로 맹활약했다. 덕분에 김성주는 “해설위원들이 감이 안 좋다”라고 농담을 가했고 두 명의 해설위원들은 민망해하면서도 끊임없이 틀린 예측을 해서 경기 외의 재미를 선사했다. 축구 해설위원인 이상윤은 흥분하면서 고성을 지르는 해설로 풋살의 박진감을 높이는데 한 몫을 했다. 해설위원 뿐 아니라 김성주, 전현무, 김정근 등 전현직 아나운서들은 정확하면서도 재미있는 진행으로 경기가 쉴 새 없이 이어져 지루할 수 있는 ‘아육대’의 함정을 메우는데 성공했다.
‘아육대’ 1부는 농구와 풋살의 경기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무래도 인기 종목이다보니 제작진은 이 경기 방송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언제나 아이돌 스타들의 부상과 긴 촬영 시간으로 인한 혹사 의혹 논란으로 시끄러운 ‘아육대’가 그럼에도 재밌는 예능이라는 존재 가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흥미롭지 않다면 방송, 특히 예능은 존재 이유가 없다. 팬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이 10회째 방송되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는 셈이다.
물론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기껏 출연했는데 방송에 얼굴 한 번 들이밀기 어렵고, 인기 스타들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여전히 존재한다. 풋살과 농구가 재밌다보니 ‘아육대’의 뿌리와도 같은 육상 종목이 소홀하게 여겨진 듯 보였다. 방송 분량이 줄어들다보니 무명의 신인 아이돌들은 살펴볼 수도 없었다.
사실 이 같은 문제는 ‘아육대’ 뿐만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이 가진 기본적인 편집 원칙 때문에 발생한다. 재밌고, 관심이 갈만한 이야기에 집중하는 일, ‘아육대’라고 땅파서 장사할 수 없지 않는가. 재미없어도 흥미롭지 않아도 방송을 하는 ‘보살 방송’을 할 필요는 없을 터다. 다만 ‘아육대’가 매번 200여 명의 아이돌 스타를 한군데 모으며 방송사의 보이지 않는 ‘갑질’이 아니냐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만큼은 간과해서는 안 될 터다.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방송 분량 분배가 필요하다는 지적.
많은 아이돌 그룹을 불러모았으니 어느 정도의 일방적인 방송 운영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벌써 10회를 맞은 장수 명절 예능답게 왜 아이돌 팬들이 이 프로그램을 ‘애증의 예능’이라고 부르는지에 대해 잠시 생각할 필요는 있다. 제작진의 신중한 제작 방향 설정과 고민이 없이는 이 예능프로그램은 향후에도 시끄러울 터다. 예능적인 즐거움을 형성하는 흥미로운 스포츠 경기, 잘 몰랐던 재주 많은 아이돌을 발굴하는 순기능이 이 프로그램에 드리워져 있는 짙은 그림자 때문에 가려져서는 안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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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육대’ 방송화면 캡처,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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