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한 성격과 능청스러운 태도. 사랑받는 예능프로그램 '대세'들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 그렇다. 뛰어난 입담을 과시하거나 의욕적인 모습을 보인다. 적어도 카메라 앞에선 그렇다. 이런 방송인에 대한 이미지와 정반대됨에도 불구하고, 숱한 예능PD들이 찾는 인물이 있다. 바로 가수 장수원이다.
장수원은 지난 19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2015 스타골든벨'에 출연했다. 그는 은지원, 문희준, 데니안 등 1세대 아이돌 출신 멤버들과 한 팀을 이뤄 각종 코너에 임했다. 그가 속한 '스'라인은 비록 우승은 못 했지만, 매 코너마다 활력을 불어넣었다. 장수원 역시 그만의 수줍지만 뻔뻔한 매력으로 웃음을 안겼다.
부자연스러운 연기, 이른바 '로봇연기'의 재현은 이제 통과의례가 됐다. 그는 "'로봇연기'의 제철은 겨울이다" "연기를 하는 순간은 진실했다" 등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박준금, 이채영과 함께한 꽁트에서 여전한 엉성함을 보여줬다. 맥락과 무관하게 튀어나온 "괜찮아요?"란 대사가 웃음을 안겼다.

연기력만 어색한 게 아니었다. 매 코너에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허술했다. '절대음감 릴레이' 코너에선 제시어인 통팝두텁떡를 반복적으로 엉뚱하게 읽었다. 동물 탈을 쓰고 정체를 숨겨야 하는 '불후의 명탐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얼굴을 가렸지만 유난히 다소곳한 행동으로 금방 장수원임이 탄로났다.
장수원이 게임에 약한 모습을 보이자, MC 김구라는 이를 지적했다. 이에 장수원은 "뭐든 못한다"며 평온한 미소를 지었다. 자학인 동시에 그가 최근 사랑 받는 이유였다. 자신의 부족함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 바로 그것이 그의 강점이었다. 수줍은 듯 선량한 미소, 묘하게 뻔뻔한 멘트가 더해져 그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물론 그가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다.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지만, 억지로 무리하진 않았다. 연기는 부자연스러울지언정, 예능프로그램 속 그는 자연스럽고 가식이 없었다. 각종 개인기를 앞세우며 남다른 끼를 발산하는 다른 방송인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본업이 아닌 일을 좀 못 하면 어떤가. 이렇게 인간적인 캐릭터도 한 명쯤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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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스타골든벨'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