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번 시즌이 끝나고 FA 시장의 최대어가 될지도 모르는 잭 그레인키(32, LA 다저스)는 아직 거취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미국 LA 지역언론인 LA타임스의 다저스 담당기자인 딜런 에르난데스는 20일(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레인키는 이번 시즌이 끝나고 자신의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할지 말지에 대해 말하기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2013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6년 1억 47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그레인키는 세 시즌을 보내면 다시 FA가 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올해를 마치면 FA 시장에 나올 수 있는 그레인키다.
이러한 옵트아웃 권한을 행사할지는 그레인키의 말처럼 선수 본인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수가 부진하면 다시 FA를 선택할 이유는 없다. 남은 3년간 보장된 연봉을 받는 것이 낫다. 하지만 전보다 나은 시즌을 보내면 더 좋은 조건에 다른 팀과 계약할 수 있다.

그레인키의 경우 이번 시즌 성적만 좋다면 충분히 옵트아웃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다저스에서 뛴 2년간 그레인키는 연 평균 16승 6패, 평균자책점 2.68을 기록했다. 클레이튼 커쇼에 가렸지만 다른 팀에서 같은 결과를 냈다면 확실한 에이스다.
올해도 지난 2년과 같은 피칭을 하게 된다면 옵트아웃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그레인키보다 두 살이 많은 제임스 실즈가 이번 겨울 FA 시장에 나오면서 5년 이상의 계약기간과 1억달러 이상의 금액을 노렸다. 실즈는 시장 상황이 변하며 4년 계약에 그쳤지만, 그레인키라면 다시 6년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불가능이 아니다. 실즈도 뛰어난 투수지만 그레인키는 그보다 더 높은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역시 변수는 이번 시즌 성적이다. 그레인키는 지난해 호주 개막전에 참가하지 않고 싶다는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까지 개인 성적을 관리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에이스에 버금가는 2선발로서 자신의 컨디션이 팀 우승과 직결되는 만큼 나무랄 수만은 없기도 한 결정이다. 결국 호주에는 가지 않았지만 그레인키는 미국 본토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그러나 목표였던 월드시리즈 우승은 이루지 못했다. 올해 다저스의 우승에 앞장선다면 그레인키에게는 또 한번 대박의 길이 열린다. 1년이 지난 뒤 그레인키가 어느 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을지도 벌써부터 흥미를 끈다.
다저스 역시 현재는 별다른 계획이 없다. 이미 LA타임스의 보도를 통해 시즌 중 그레인키와의 연장계약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다저스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의 계획이 공개됐다. 먼저 구애하면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어 당연한 움직임이다. 다저스는 그레인키가 너무 잘 해도 고민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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