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봉중근(35)이 정상을 응시했다.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과 구원왕 타이틀, 그리고 3년 연속 불펜 평균자책점 1위까지 모든 것을 쟁취하는 2015시즌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어느 해보다 힘들었던 2014시즌을 뒤로하고, 구종 추가와 함께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약속했다.
봉중근은 지난 18일 일본 오키나와 이시카와 구장에서 첫 번째 불펜투구를 했다. 약 20개의 공을 던지며 계획대로 시동을 걸었다. 어느덧 마무리투수 4년차. 통산 100세이브에 6개만을 남겨둔 베테랑인 만큼, 시즌 준비에도 자신 만의 루틴이 생겼다. 불펜투구를 마친 봉중근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먼저 봉중근은 2014시즌 기적이 2015시즌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최하위에서 4위까지 올라간 게 선수들 모두에게 커다란 경험이 됐다고 봤다.

“지난해 팀 전체적으로 정말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4위가 확정된 순간, 선수들끼리 ‘우리 꼴찌 팀이었는데 4강을 갔구나’라며 놀라워하기도 했다. 그 분위기가 NC와 준플레이오프 시리즈까지 이어졌다. 그러면서 선수단 전체에 자신감이 생겼다. 특히 불펜진은 자신 만의 것을 확립하고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올해 우리가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전력만 놓고 보면 우리 팀이 상위권이라 보기는 힘들지 모르지만, 야구는 모르는 것이다. 분위기를 타면 충분히 한국시리즈에 갈 수 있다고 본다.”
이어 봉중근은 2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를 달성한 불펜진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만큼 후배들이 많이 성장했고, 불펜투수들끼리 호흡이 잘 맞는다고 강조했다.
“불펜투수들은 나부터 어린선수들까지 모두가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 예전에는 어느 시점에서 나가는지 모르다가 갑자기 나가서 100%를 다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이야기를 안 해도 미리 대비를 한다. (정)찬헌이나 (임)정우도 준비를 잘 한다. 2003년 애틀란타에서 불펜투수를 할 때 선배들에게 배운 게 그거였는데 우리 후배들은 금방 준비하는 방법을 익혔다. 나이가 많아서 베테랑이 아닌, 야구를 준비할 줄 아는 베테랑의 모습을 갖췄다.”
그러면서 봉중근은 올해도 불펜진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하겠다고 했다. 3년 연속 최강 불펜을 유지, 불펜하면 'LG'가 떠오르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감독님도 불펜진을 믿고 계신 것 같다. 요즘에는 감독님께서 불펜진에 특별한 주문을 안 하신다. 감독님이 믿어주시는 만큼, 올해도 불펜 평균자책점 1등이 목표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3년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이제 2년 연속은 했으니까 3년 연속을 해보고 싶다. 예전에 '불펜하면 삼성, 최강 불펜은 삼성'이었다면, 이제는 삼성이 아닌 LG로 바꾸고 싶다. 올해도 1위하면 그렇게 될 것이다.”
봉중근의 이러한 자신감에는 불펜진의 화합이 크게 자리했다. 봉중근은 불펜투수 전체가 개인이 아닌 한 배를 탔다는 공동체 의식 속에서 야구라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불펜진에선 내가 고참이지만, 야구에선 다 똑같이 대접하고 평등하게 행동한다. 경기는 전쟁이다. ‘미안한데 내가 안 나가면 안 되냐’이런 것은 절대 없다. 누구든 역할이 이미 주어졌고, 경기에 나가는 순서도 정해져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불펜진 선후배 관계가 정말 좋다. 서로 어렵게 생각하는 게 전혀 없다. 이번 캠프에 어린 선수들이 많이 참가했는데 다들 센스 있게 잘 적응했다.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느낄 정도다.”
봉중근은 현재 구종 추가 작업에 들어갔다. 포크볼과 슬라이더를 터득, 좌타자에게 약했던(2014시즌 좌타자 피안타율 0.380) 것을 극복하려고 한다. 2015시즌에는 무려 다섯 개의 구종을 구사하며 타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계획이다.
“포크볼과 슬라이더를 준비하고 있다. 오늘도 (유)원상이랑 포크볼 그립을 쥐고 캐치볼을 했다. 타자들은 지금까지 ‘봉중근은 직구 커브 체인지업’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렇게 구종을 추가하면 타이밍을 빼앗기가 수월해진다. 타자들은 매년 향상된다. 그래서 투수가 똑같은 구종으로 버티기란 쉽지 않다. 구종을 늘리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에 애리조나에서 현진이에게 슬라이더를 배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존심 때문에 후배한테 배우지 않는 것은 없다. 내가 이렇게 후배들에게 배우는 모습을 보여주면, 후배들도 나한테 와서 내 구종을 배워간다. 슬라이더를 배우며 좌타자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현진이와 이야기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이 슬라이더를 통해 이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 목표도 이야기했다. 지난해 세이브 2개 차이로 구원왕에 실패한 만큼, 통산 첫 구원왕 타이틀에 대한 욕심을 전했다.
“작년은 타고투저라 투수들이 정말 힘들었다. (손)승락이나 (임)창용이형과도 이야기를 몇 번 나눴는데 서로 너무 힘든 시즌이었다고 지난해를 돌아봤다. 올해는 다를 것이다. 이왕 마무리투수로 보직을 변경한 만큼, 김용수 코치님의 계보를 잇고 싶다. ‘LG 마무리투수’하면 지금까지는 김용수 코치님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올해도 세이브 30개 이상을 하면 계보를 잇는 게 되지 않을까 싶다. 구원왕 타이틀을 보고 있다. 내 앞에 나오는 (이)동현이도 올해 FA라 잘 할 것이다. 찬헌이 원상이 등 후배들도 좋아지고 있다. 그만큼 올해는 이전보다 세이브를 올리기가 편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봉중근은 양상문 감독의 주문에 따라 시즌 초반 LG 약진에 불펜진이 중심에 설 것이라 했다. 양 감독은 양질의 불펜진을 통해 LG가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감독님께서 시즌 초반에 욕심이 있으시다. 불펜 투수들에게 특별히 주문도 하셨고, 스프링캠프 훈련량도 많다. 4월에 상위권에 있다면 시즌 전체가 유리해진다고 보고 계신다. 그래서 매 경기 조금 오버하더라도 모든 투수를 투입할 것이라 하셨다. 선발투수들은 투구수를 관리하겠지만, 불펜투수들은 조금 힘들어도 잘 버텨달라고 하셨다. 지금까지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다. 올해도 우리 불펜투수들은 자신이 있다. 시즌 초반부터 잘 달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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