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성과 황정음. KBS 2TV 드라마 '비밀'(2013)에 이어 방영 중인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극본 진수완, 연출 김진만)까지, 두 작품을 모두 정상으로 끌어올리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방영 전까지 기대치가 그다지 높은 작품은 아니었다. 특히 '킬미, 힐미'는 앞서 캐스팅 난항으로 고초를 겪었고, 비슷한 시기 비슷한 소재의 작품이 방영되면서 때 아닌 논란을 겪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두 작품은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지성과 황정음이란 조합은 흥행보증 수표가 됐다.
그들 또한 재평가됐다. '비밀'을 통해 황정음은 '눈물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극중 남자친구를 대신해 옥살이를 하고, 배신 당한 후에도 묵묵히 살아가는 캐릭터의 복잡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킬미, 힐미'는 '변신의 귀재'란 지성의 새로운 수식어를 만들어냈다. 허세 가득한 신세기부터 17세 여고생 안요나까지, 7개의 인격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이런 성과는 두 사람 각자의 역량, 나아가 서로에 대한 배려와 믿음이 있어 가능했다. 특정 배우가 돋보였다는 이야기를 거꾸로 해석하면, 다른 누군가는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즉, 상대역이 마음껏 뛰놀게끔 판을 깔아준 누군가가 있었다는 뜻이다. 자신의 분량이나 캐릭터에만 욕심을 부릴 경우 불가능한 행동이다.
'비밀'에선 황정음을 죽도록 괴롭히다가 사랑에 빠지는 남자 지성이 있었고, '킬미힐미'에선 급변하는 인격을 지닌 지성을 살뜰히 돌보는 주치의 황정음이 있다. 누군가 '멋진 남자주인공' '예쁜 여자주인공'에 집착하는 실수를 범했거나 주목 받는 상대방을 경계했다면, 지금의 '비밀'이나 '킬미, 힐미'의 성공은 어려웠을 것이다.
종영까지 6회를 남긴 '킬미힐미'는 종횡무진 중이다. 지난 19일 방송된 14회에서는 도현(지성)과 리진(황정음)의 과거가 베일을 벗으며 흥미를 자극했다. 두 사람의 향후 러브라인이 궁금한 만큼, 지성과 황정음이 또 어떤 연기의 합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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