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원,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란 기대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2.20 17: 04

"고마우면서도 의아하다." 가수 장수원은 지난 3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Mnet 예능프로그램 '4가지쇼 시즌2'에서 이처럼 말했다. 최근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데 대한 소감이었다. 그의 말처럼 그 누구도 장수원이 '로봇연기'의 창시자로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시작은 2013년 9월 방송된 KBS 2TV '사랑과 전쟁-아이돌 특집'이었다. 당시 그가 보여준 연기를 두고 일부 네티즌은 '충격과 공포'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부자연스러웠다는 이야기다. 기폭제는 다음해 5월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였다. 그는 MC들의 짓궂은 놀림에도 덤덤했다. 당시 보여준 대인배의 면모는 지금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보통 사람들은 부족함을 지적당하면 민망해 하거나 화를 낸다. 장수원은 담담하다. 그가 보여주는 수줍은 미소에는 자신의 아쉬운 연기력에 대한 인정이 담겨 있다. 매번 연기력 논란이 불거지지만 발전이 없는 일부 배우들의 '정신승리'와는 다르다. 있는 그대로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반응한다. 거기서 느껴지는 선량함, 그가 사랑 받는 까닭이다.

대중의 부름에 성실히 임하지만, 들뜨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1990년대 말 1세대 아이돌로 불리는 젝스키스의 멤버로 연예계의 단맛 쓴맛을 이미 맛본 그다. 이 또한 지나갈 현상임을 잘 알고 있음을 인터뷰를 통해 종종 드러낸다. 지난 달 방송된 JTBC 시사교양프로그램 '썰전'에서 이윤석이 장수원을 두고 "연예계의 노자"로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덕분에 그는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사랑과 전쟁' 속 대사인 '괜찮아요?'는 유행어가 됐다. KBS 2TV '해피투게더' MBC '무한도전' '세바퀴' 등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휩쓸었고, 지난달에는 tvN 패러디 드라마 '미생물'로 '대체 불가' 캐릭터임을 입증했다. 광고계는 이미 오래 전 접수했다. 심지어 스마트폰 메신저 관련 이모티콘 상품도 출시됐다.
일각에선 조금씩 발전하는 듯 한 연기력을 걱정(?)한다. 특히 인물의 애달픔이 돋보였던 '미생물'은 그가 아니면 불가능한 작품이었다. 그가 만약 배우로서 성장한다면 그것대로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미생물'은 '사랑과 전쟁' 이후 꼭 알맞은 캐릭터를 찾은 장수원을 만날 수 있는 기회기이도 했다.
'로봇' 캐릭터로서 그의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중요한 것은 그 역시 끝을 알고 있고, 그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란 믿음이다. (정말 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행여 연기력이 조금 늘면 어떠한가, 그가 '로봇연기'의 창시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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