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예능이 또 한 번 변주했다. ‘아빠를 부탁해’가 스타 아빠 4인방의 각양각색의 부녀 관계를 보여주며, 설날 안방극장 공략에 나섰다. 누군가는 어색했고, 누군가는 대화법을 찾지 못했고, 누군가는 친근하게 다가갔지만 여전히 깊은 대화는 하지 못했다. 성장하면서 아빠와 멀어진 딸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샀다. 파일럿 방송에서 이 프로그램은 스타들의 개성 강한 일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시청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부녀 관계 회복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흥미를 자극했다. 함께 일상을 보내면서 좋은 방향으로 바뀔 이들 부녀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20일 방송된 SBS 2부작 설날 특집 예능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는 50대 스타 아빠와 20대 딸이 함께 출연하는 가족 예능. 이경규, 조재현, 강석우, 조민기 부녀가 출연해 다양한 부녀 관계를 보여주는 구성이다. 첫 방송은 성장한 딸과 어색해 친해지고 싶은 4인방의 일상이 공개됐다. 딸과의 24시간이 공개됐는데 많이도 달랐다. 이경규와 조재현이 딸과 어색한 관계라면, 강석우와 조민기는 다정다감했다.
관찰 카메라 형식으로 담긴 부녀 관계는 따뜻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게 담겼다. 스타 아빠들의 자연스러운 일상과 그 속에서 딸과의 관계를 엿볼 수 있었다. 4인방의 모습은 개성 강하면서도 주변에 있을 법한 모습들이어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극했다. 특히 서로의 모습을 보며 이경규, 조재현, 강석우, 조민기가 공감 혹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툭툭 던지는 말은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비슷했다. 조재현과 이경규는 다정한 아빠인 강석우와 조민기를 보며 발끈했고, 반대로 강석우와 조민기는 조재현과 이경규의 무뚝뚝한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가족의 모습과 비교하면서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는 프로그램인 것.

일단 이경규와 이예림은 긴 대화를 하지 못하고 대화 흐름이 뚝뚝 끊겼다. 속내를 털어놓는 깊은 대화는 할 수도 없었다. 식탁에서는 라면 먹는 소리만 들렸고, 겨우 찾은 대화 주제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었다. 눈도 마주치지 않아 이경규가 다정하다고 강조하는 것과 달리, 어색한 기운이 풍겼다. 이경규는 딸에게 겨우 말을 걸었다가 잔소리로 빠져 대한민국 전형적인 부녀 관계를 보여줬다. 제작진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 가운데, 이경규는 딸 대신 강아지를 만지며 어색하고 무료해 했다.
조재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드라마 촬영 후 집에 돌아온 후 딸 조혜정과 대화를 하지 못했다. 딸이 말을 하기 위해 거실로 나와도 조재현은 TV만 봤다. 겨우 말을 걸어도 30초도 대화를 하지 못했다. 그는 “이게 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민망해 하면서도 딸에게 애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 했다. 조혜정은 “서로 사랑하지만 애정 표현을 하지 못한다. 대화를 하고 싶은데 옆에 앉기가 너무 힘들다”라고 아빠와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고 털어놨다. 무뚝뚝한 아빠 조재현은 와인을 마시면서 딸에게 애정을 표현하지 못했다.
조민기는 달랐다. 그는 딸에게 아침부터 애교를 부리고 어떻게든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다. 반면 다소 무뚝뚝한 딸이 이를 살갑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민기는 “예전엔 내 여자친구였다”라고 딸에게 애정표현을 자주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침에 딸 방을 청소하고, 딸이 쓴 컵을 설거지 하는 등 각별히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조민기의 모습에 조재현은 “아침부터 막 들이댄다. 설정을 이상하게 한 것 아니냐?”라고 의혹을 품었다. 딸 조윤경은 “아빠가 원래 표현을 자주 하신다”라고 평소에도 애정 표현을 자주한다고 털어놨다.
강석우는 ‘딸바보’였다. 강석우와 딸 강다은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풍겼다. 강석우는 딸에게 장난을 치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특히 강석우는 딸과 뭐든지 함께 하고 싶어했다. 딸 역시 아빠의 바람대로 늘 곁에 머물렀다. 두 사람은 밥을 먹을 때도 옆자리에 앉아서 대화를 했고, 이는 어색했던 이경규와 조재현 부녀와 비교됐다. 부녀였지만 마치 연인처럼 친근했다. 딸의 귀가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아빠 강석우의 전형적인 ‘딸바보’ 면모는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아빠를 부탁해’는 2부작 방송 중 첫 방송에서 재미와 공감을 모두 잡으며 안방극장에 무사 안착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육아 예능프로그램의 확장판. 육아 예능이 3년차에 접어들면서 홍수를 이룬 가운데 또 다른 가족 예능프로그램이 식상하지 않겠느냐는 우려 속에 출발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20대 딸과 50대 아빠의 부녀 관계는 많은 시청자들의 대화 주제가 될 수 있을 정도로 흥미와 공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정규 편성 여부가 결정되는 파일럿 예능. 스타들의 공감가면서도 흥미로운 부녀 관계를 보는 재미, 공감하면서 우리 가족을 돌아보는 즐거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부는 오는 21일 오후 6시에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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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부탁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