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부탁해’, 맞아! 아빠와 딸은 원래 이렇지 [첫방①]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2.21 07: 34

‘아빠를 부탁해’가 아빠와 딸의 관계를 조명, 반성을 하거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높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재미는 기본이고, 시청자들의 대화를 유발하는 구성으로 파일럿 1부 방송만으로도 정규 편성의 기대를 높였다. 오랜 만에 재미와 공감을 모두 잡는 꽤 괜찮은 새 예능이 나타났다.
지난 20일 첫 방송된 SBS 2부작 설날 특집 예능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는 50대 스타와 20대 딸이 함께 하루를 보내면서 부녀 관계를 돌아보는 관찰 예능프로그램.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가족 예능프로그램인 까닭에 별다른 기대를 받지 못하고 출발했지만, 안방극장 반응은 심상치 않다.
시범 방송 1부는 이경규·이예림, 강석우·강다은, 조재현·조혜정, 조민기·조윤경 부녀가 단 둘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공개됐다. 이경규와 조재현은 서로에 대한 애정은 있지만 어색한 부녀, 강석우와 조민기는 다정다감한 부녀였다. 대화 단절 부녀인 이경규와 조재현은 어깨를 주물러주거나 귀지를 파주는 조민기와 강석우 부녀의 일상을 보며 투덜거리기 일쑤. “자연스럽지 않다”라고 애써 세상 아래 저런 부녀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두 사람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가족을 위해 바쁘게 일을 하다보니, 딸과 대화를 하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다는 아빠가 어디 이경규와 조재현 뿐이겠는가. 그래서 이들이 다른 아빠들의 다정다감한 ‘딸바보’ 모습에 민망해하고 타박을 하는 게 더 이해가 됐다. 많은 시청자들이 이경규와 조재현이 느낀 머쓱함과 부러움을 느꼈을 테니 말이다.
물론 그럼에도 딸과 친밀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을 했다는 조민기와 강석우 같은 ‘딸바보’ 아빠들도 존재한다. 이경규와 조재현의 무뚝뚝하고 심지어 어색하기까지 한 ‘무언 가족’이 신기하다는 아빠와 딸들도 있다. 여기서 ‘아빠를 부탁해’가 부녀 관계에 초점을 맞춘 기획 배경과 성공 필연 요소가 나온다. 딸과의 관계는 많은 아빠들의 고민 사항. 엄마와 편안하게 대화를 하는데 아빠와 하지 못한다는 푸념이 이 시대 많은 50대 아빠들의 답답한 속내다. 스타들의 일상, 부녀 관계를 보며 마치 내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는 것.
네 명의 스타들이 딸과 함께 공개한 일상은 그래서 높은 흡인력을 자랑했다. 어색하든 친밀하든, 비슷한 유형을 찾을 수 있지 않나. 때문에 방송 중 공감을 했고, 반성을 했다는 시청자들의 인터넷 댓글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스타들이 “너무 다 보여준 것 아니냐”라고 제작진에게 불만을 토로할 만큼 가식 없이 진솔하게 카메라 앞에 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실 스타들의 가족을 공개하는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카메라를 의식하는 순간, 재미와 공감이 반감되는데 이 프로그램은 “딸과 친해지고 싶다”는 스타들의 바람 속에 자연스러운 속내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제작진이 확고한 기획 의도를 갖춘 후, 스타들에게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잘 설득해 구성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딸과 친구처럼 지내는 강석우가 1부 마지막에 한 말이 이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적일 터다. 그는 “딸도 처음에는 내 애정 표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끊임 없이 사랑한다고 말을 하니깐 이제는 믿는다”라고 말했다. 강석우의 말대로 관계 변화의 선결 조건은 노력이다. 지금은 어색하기 그지없는 이경규와 조재현 부녀의 변화가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보는 더 큰 재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감 뿐 아니라 재미도 있었다. TV 속 근엄하거나 재치 있는 아빠들의 진짜 모습은 반전에 가까웠고, 딸들의 각양각색의 매력을 보는 부수적인 즐거움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가족 예능은 스타들의 사생활을 보는 재미가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과도하지 않으면서도 유쾌하게 잘 담았다. ‘아빠를 부탁해’는 21일 오후 6시에 방송되는 2부에서 하루의 시간을 함께 보낸 부녀의 변화를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파일럿 방송에서 일단 안방극장의 기분 좋은 호평을 받은 이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jmpyo@osen.co.kr
‘아빠를 부탁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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