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가 자신의 취약 분야였던 리얼 예능에서 짜릿한 반전을 쓸 가능성이 높아졌다. 딸 이예림과 함께 출연한 ‘아빠를 부탁해’에서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폭풍 공감’을 이끌어냈다. 딸보다 개와 더 친한 ‘애정 표현 바보’가 오히려 친숙하게 다가왔다.
이경규는 지난 20일 첫 방송된 2부작 SBS 설날 특집 예능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에서 딸과의 일상을 공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50대 아빠와 20대 딸이 함께 출연해, 부녀 관계를 되돌아보는 구성. 24시간 동안 하루를 함께 보내면서 딸과 더욱 친밀해지고자 하는 아빠들이 한데 모였다. 이경규를 비롯해 강석우, 조민기, 조재현이 출연했다. 이경규는 이날 조재현과 함께 애정 표현이 부족해서 시종일관 딸과 어색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민기처럼 아침부터 딸에게 애교를 발산한 것도, 강석우처럼 딸의 귀지를 파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아빠 이경규의 머쓱해하는 표정은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딸과 대화를 하기보다는 개의 소변과 대변을 치우는 일이 많고, 어떻게든 대화를 해보려고 노력은 하지만 길게 이어지지 못해 답답해하는 모습. 다정다감한 다른 아빠들과의 비교에 애써 “내 딸이 잘못이다”라고 핑계를 대는 것까지 이경규의 행동 하나하나는 주변에 있을 법한 아빠들과 비슷했다.

딸의 성장기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보다 일하기 바빴던 이경규는 50대 가장들의 공통적인 애환을 가지고 있었다. 조민기와 강석우의 ‘딸바보’ 면모가 확 드러나는 영상을 보며 “자연스럽지 않다”, “이건 아니다”라고 투덜대는 모습은 이 프로그램을 보는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극했다. 물론 조민기와 강석우 같은 아빠들도 있겠지만, 사실은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가 어느새 훌쩍 자라버린 딸과의 대화 주제를 찾지 못하는 아빠들이 더 많을 터다. 때문에 자신과 딸의 멀어진 관계를 영상으로 보며 특유의 민망해하는 표정을 짓는 이경규에 안방극장은 감정 이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경규는 사실 ‘아빠를 부탁해’라는 관찰 예능프로그램에서 구심점 같은 역할. 다른 출연자와 달리 전문 예능인인 까닭에 중간 중간에 자연스러운 진행이 필요한 시점에 그가 나설 수밖에 없다. 그는 아빠들의 영상과 영상 사이에 대화를 주도하며 시청자들이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경규는 그동안 다른 분야와 달리 리얼 예능프로그램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재치 있는 진행으로 30여년간 톱 MC의 자리를 지켜온 그이지만 리얼 예능프로그램에서는 큰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딸과 함께 출연한 ‘아빠를 부탁해’에서는 누구보다도 진솔한 매력을 발산하면서도, 관찰 예능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 있는 진행 요소의 빈공간을 채우며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동시에 아빠 이경규가 ‘딸바보’까지는 아니더라도 ‘애정표현 바보’에서 조금은 탈출하는 변화를 ‘아빠를 부탁해’에서 보고 싶은 바람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이날 ‘아빠를 부탁해’는 스타와 딸들의 공감 가득한 일상이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정규 편성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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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부탁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