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정치도 놀란 유희관 공, 132km로 소뱅 ‘꽁꽁’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2.21 06: 01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야구의 전설인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오 사다하루(왕정치) 회장이 유희관(29, 두산 베어스)의 피칭에 놀랐다. 두산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지난 18일 일본 미야자키에 도착해 20일 이키메구장에서 첫 연습경기인 소프트뱅크전에 임했다. 또 한 명의 일본야구 대투수인 좌완 구도 기미야쓰도 소프트뱅크의 1군 감독이 되어 이 자리에 함께했고, 이대호도 오랜만에 두산 선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 경기에서 두산은 6회초 7득점하고도 7회말 5실점해 10-11로 역전패했다. 타자 중에서는 2루타 2개를 터뜨린 김현수가 4타수 4안타로 활약했고, 마운드에서는 선발 유네스키 마야(2이닝 5실점 2자책)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온 유희관이 최고 구속 132km의 느린공으로도 3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또한 8회말 등판한 김강률은 최고 154km를 기록하며 셋 중 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무실점했다.

오 회장은 두산의 여러 선수들에게 관심을 나타냈는데, 그 중 가장 이목을 끈 것은 단연 유희관이었다. 오 회장은 두산의 김태룡 단장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연거푸 유희관의 피칭에 대해 놀라움을 표했다. 김 단장은 유희관을 ‘130km의 공으로 2년 연속 10승을 거둔 투수’로 소개하자 소프트뱅크 관계자들은 처음엔 잘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나 경기에 들어가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두산 관계자는 “3회 삼자범퇴 때는 왜 치지 못하는지 의아해하다가 4회부터는 놀랐다. 오 회장의 눈도 점점 커졌고, 5회가 되자 경이롭다는 눈빛이었다”라며 오 회장이 유희관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따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오 회장을 놀라게 한 것은 아마도 유희관의 효율적인 투구법이었을 것이다. 유희관은 이날 최고 구속이 132km에 지나지 않았지만, 3이닝 동안 안타를 하나만 맞고 실점 없이 마무리했다. 아웃카운트 9개를 잡으면서 공은 32개밖에 던지지 않았을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유희관은 경기 후 “첫 실전이라 초반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두 번째 이닝부터 밸런스가 잡히면서 생각하는 대로 공이 들어갔다. 오늘 경기 3이닝 무실점 했다는 점보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시기별로 목표를 정해놓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계획이 딱딱 맞아 떨어져 더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지난해부터 연마했으나 실전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포크볼을 꺼내든 것이다. 유희관은 “경기 중에 포크볼을 1~2개 던졌는데 예전보다 좋아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기존의 구종에 포크볼까지 추가된다면 유희관은 새로 태어날 수 있다. 일본의 보물들도 놀라게 한 유희관이 남은 캠프 동안 또 어떤 놀라움을 선사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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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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