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본격적으로 ‘실전형 캠프’를 선언했다.
두산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지난 18일 일본 미야자키에 도착해 20일 이키메구장에서 첫 연습경기인 소프트뱅크전에 임했다. 이 경기에서 두산은 6회초 7득점하고도 7회말 5실점해 10-11로 역전패했다. 타자 중에서는 2루타 2개를 터뜨린 김현수가 4타수 4안타로 활약했다.
그리고 마운드에서는 선발 유네스키 마야(2이닝 5실점 2자책)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온 유희관이 최고 구속 132km의 느린공으로도 3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또한 8회말 등판한 김강률은 최고 154km를 기록하며 셋 중 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무실점했다.

경기 후 김태형 감독은 “전체적으로는 만족한 경기였다. 경기 초반 선수들이 여독으로 인해 몸이 풀리지 않아 실책이 연달아 나왔고, 특히 루츠는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서두르는 모습이 보였다”고 평했다. 비록 졌지만 일본에서도 강팀에 속하는 소프트뱅크와 1점차 승부를 벌인 것은 첫 실전 치고는 김 감독이 보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역전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대량 실점한 장민익은 지적을 받았다. 김 감독은 “장민익이 승부처에서 주자들을 내보내고 역전홈런을 맞는 과정에서 볼 배합이 좋지 않았다. 지금 시점에서는 실전형 피칭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장민익의 최고 구속은 147km이었지만 볼 배합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김 감독의 의견이다.
무실점한 유희관은 물론 5실점(2자책)한 마야도 칭찬을 받았다. “마야나 유희관이 스스로 관리하면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고, 야수들의 타격도 계획대로 올라오는 것 같다”는 것이 김 감독의 의견이다. 애리조나 전지훈련 당시 허리가 약간 좋지 않다던 마야가 던진 공 중 가장 빠른 것은 144km에 달했다.
김 감독이 꼽은 소프트뱅크전의 최대 소득은 김강률이었다. 최고 구속 154km와 함께 13개의 공으로 1이닝 2탈삼진 무실점한 김강률을 두고 김 감독은 “오늘 경기의 최대 수확은 김강률이다. 자신 있게 자기의 볼을 던졌고 구위도 상당히 위력적이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장민익과 달리 김강률에게는 극찬이 쏟아진 이유가 경기 기록 때문만은 아니다. 김 감독은 장민익과 김강률, 그리고 마야와 유희관 모두의 피칭을 ‘실전’이라는 키워드에 가둬놓고 평가했다. 애리조나 캠프에서 오버페이스가 우려되기도 했을 정도로 김강률은 이미 싸울 준비가 완료됐던 것이다.
미야자키 캠프는 애리조나 캠프보다 짧다. 3월 4일이면 한국으로 돌아온다. 곧 시범경기가 시작되기에 지금부터 실전에 맞는 피칭과 타격을 보여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 앞으로 벌어질 수차례의 실전 같은 연습경기에서 누가 김 감독의 눈도장을 받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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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