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신예 외야수 채은성(25)의 목표는 분명했다. 타격으로 주목 받으며 1군 무대에 올라왔으나, 공수 모두에서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봤다. 지난 20일 밤 숙소 앞 주차장 부근에서 배트를 돌리고 있는 채은성을 만났다.
이날 채은성은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알렸다. SK와 연습경기서 정우람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폭발, 7-7 동점을 만들었다. 겨울 내내 웨이트에 치중했던 것을 확실히 증명했다. 연습배팅에서 보여준 커다란 타구들이 실전에서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사실 잠실에서 20개 이상 홈런을 칠 수 없다면 홈런 타자는 안 하는 게 낫다고 봤다. 2군서도 홈런에 욕심을 내면 나도 모르게 밸런스가 무너지곤 했다. 공을 많이 보면서 투수를 괴롭히며 출루하는 역할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한 자리에 마냥 머무를 수는 없었다. 나도 내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겨울 내내 웨이트와 체력 보강에 집중했다. 마무리캠프 끝나고 일주일 쉬고 바로 훈련에 들어갔다. 겨울에 기술 훈련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시간 날 때마다 웨이트만 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타구들을 보면 나 자신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채은성은 2014시즌 혜성처럼 1군 무대에 데뷔했다. 5월 27일 삼성전에서 처음으로 1군 경기를 뛰었고 곧바로 안타를 기록했다. 이후 6월 중순까지 거의 매 경기 안타를 날리며 한 달 동안 고타율을 유지했다. 그러자 상대팀도 채은성을 견제하기 시작했고, 전력분석에 의한 약점노출과 체력저하로 고전했다. 결국 LG는 대체 외국인선수로 외야수 브래드 스나이더를 영입했고, 채은성의 선발 출장 기회도 줄어들었다. 2014시즌 최종 성적 타율 2할7푼7리 1홈런 5도루 15타점을 찍었다.
“작년에는 정말 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했던 것 같다. 처음 마음가짐은 2군에서 좋은 감을 갖고 있었으니까 팀에 시너지 효과를 주고 싶었다. 감독님께서도 패기를 보여주라고 하셨고, 투수의 공에 맞아도 뛰어서 1루로 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사실 처음에는 나에 대한 전력분석이 안 되어 있었다. 좀 치니까 상대 투수가 몸쪽만 던지고 참 집요하더라. 약점 하나가 잡히자 그것만 계속 파고들었다. 2군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었던, 1군과 2군의 큰 차이점이었다. 체력 문제도 느꼈다. 1군에서 매일 경기를 뛰는 게 엄청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문제점들은 안 게 정말 큰 소득이었다고 본다. 2군에 있었으면 절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잘 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 확실하게 알았다.”
노찬엽 타격 코치는 채은성을 비롯한 젊은 타자들에게 비디오를 통한 지도를 하고 있다. LG 구단 스태프는 경기는 물론 연습까지 모든 것을 비디오로 촬영한다. 선수들은 이를 돌아보면서 스스로 문제점을 느끼고 노 코치와 발전방향을 논의한다.
“스프링캠프에 들어가기 전 노찬엽 코치님과 비디오를 보면서 안 되는 부분들을 살펴봤다. 지난해 경기들을 다 본 것 같다. 노 코치님은 강제로 폼을 바꾸지 않으신다. 사람마다 다 체형이 다르기 때문에 장점을 크게 하고 단점을 고치는 방향으로 지도하신다. 오늘 경기도 방금 비디오로 돌아봤다. 최근 타격 폼을 간결하게 바꿨다. 오늘 처음으로 시행해봤는데 괜찮은 거 같다. 힘이 붙어서 그런지 비거리가 어느 정도 나온다. 오늘 홈런은 나도 놀랐다. 힘은 확실히 붙은 거 같다. 힘이 떨어지지 않도록, 이를 유지해 나가겠다.”
채은성은 그동안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2009년 신고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었고, 몇 차례 포지션을 변경하고 부상도 당하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타격으로 2군을 초토화시켰다. 지난해 도약을 바탕으로 입단 7년차에 처음으로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다.
“1군 스프링캠프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도 이번에 처음 가봤다. 외국인들이 길거리에 많이 다녀서 TV 프로그램 서프라이즈를 보는 것 같았다. 여러 가지가 다 신기했다. 무엇보다 선배님들과 함께 훈련하는 게 동기부여가 된다. 선배님들로부터 배우는 게 엄청 많다. 나뿐이 아니라 선재와 용의형까지 꾸준히 선배님들에게 물어보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다. 외야진에 있는 이병규(9번) 선배님이나 박용택 선배님, 이진영 선배님과 병규(7번) 형 모두 갖고 계신 게 각자 다르시다. 이진영 선배님은 투수들 버릇을 적은 노트까지 있다. 선배님들의 조언이 정말 큰 도움이 된다. 1군 스프링캠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채은성은 올해 목표로 수비를 꼽았다. 수비를 잘 해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출장 기회도 많이 온다며 수비 향상이 우선과제라고 했다. 수비가 돼야 타격도 보여줄 수 있다고 봤다.
“가장 욕심나는 부분은 수비다. 지난해 1군에서 뛰면서 수비가 안 되면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임)재철 선배님이 경기 후반에 나가시고 팀에서 도움이 되시는 모습을 많이 봤다. 감독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나는 절대 경기에 나갈 수가 없겠더라. 그래서 수비 향상에 신경 쓰고 있다. 어깨는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용의형, 선재와 함께 서로 안 되는 부분, 잘 되는 부분들을 공유하고 있다. 수비를 어느 정도해야 백업이라도 자주 나갈 수 있다. 수비가 정말 중요하다. 수비를 잘 해서 기회 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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