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나올 만한 가족 예능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SBS 설특집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는 레드오션 가족 예능 사이에서 아버지와 딸이라는 블루오션을 찾아냈다. 그리고 성공했다.
지난 20일 첫 방송된 '아빠를 부탁해'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시청률은 13.5%(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로 이날 전체 예능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원래부터 예능 격전지인 금요일, 거기다 MBC 설특집 '아이돌 육상 농구 풋살 양궁 선수권대회'(9.3%), 설특집 다큐멘터리 '토요일 토요일은 무도다'(11.6%) 등의 기대작들이 포진된 날이었다. 그럼에도 '아빠를 부탁해'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1위의 주인공이 됐다.
'아빠를 부탁해'는 아빠와 딸의 모습을 리얼하게 담아내는 부녀 관찰 예능이다. 육아 예능으로 크게 재미를 본 가족 예능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는 각오로 등장했다. 기대와 우려는 반반이었다. 부녀를 담아낸다는 전에 없던 소재가 그 이유였다. 과연 어떤 재미를 선사할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시선 속에서 '아빠를 부탁해'가 내놓은 무기는 공감이었다. 여느 집에서나 있을 법한 풍경이 네 부녀를 통해 화면에 담겼다. 각기 다른 4명의 아빠와 딸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사기 충분했다.
이경규와 딸 예림은 어색한 아빠와 딸 사이었다. 대화는 많지 않았다. 밥을 먹을 때도 말 없이 식사에만 열중했다. 오히려 이경규는 개들의 아빠 같아 보였다. 이경규는 거실, 예림은 자신의 방에서 주로 생활했다. 딸과 눈을 마주치는 것은 어색하지만 집 안에 설치된 카메라와 눈 마주치는 일은 익숙한 그였다.
그런가하면 조재현 부녀는 가장 리얼하다는 평을 받았다. 아빠 조재현은 무뚝뚝하고, 딸은 그런 아빠를 바라보고 모습이었다. 조재현은 "이게 더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딸을 어색하게 대했고, 딸은 "대화를 하고 싶은데 옆에 앉기까지가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현 시각, 어느 가정에서 펼쳐질 모습 그대로였다.
조민기의 경우 조재현과는 반대였다. 아빠 조민기가 딸에게 애교를 부리고, 무뚝뚝한 딸은 이를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조민기는 딸에 대해 "예전엔 내 여자친구였다"고 표현할 정도. 그럼에도 부녀 사이는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으로 흘러갔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강석우은 딸의 귀까지 정성스레 파주는 딸바보였다. 식사도 함께 준비하고, TV도 같이 시청했다. 대화 또한 가장 많은 부녀였다. 부인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사랑스럽다는 미소는 오직 딸에게만 가능한, 딸바보 강석우의 면모였다.
이처럼 '아빠를 부탁해'는 각기 다른 네 부녀를 내세워 공감을 얻어냈다. 이에 호평이 이어졌다. 기대 이상의 리얼함을 보여준 '아빠를 부탁해'가 공감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인 것. 이러한 요인들은 높은 시청률이라는 결과로 입증됐다.
가족 예능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아빠를 부탁해'였다. 공감을 무기로 새로운 그림을 그려낸 '아빠를 부탁해'는 그렇게 정규 편성의 가능성을 높이는 데에 성공했다.
한편, '아빠를 부탁해'는 오늘(21일) 오후 6시에 2부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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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부탁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