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조재현과 귀여운 딸이 만든 가족 시트콤 [아빠를 부탁해]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2.22 07: 52

‘펀치’의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악랄한 이태준은 이제 잊어야 할 때가 온 듯 보인다. 무뚝뚝하기 그지없지만 어딘가 귀여운 50대 아저씨 조재현이 안방극장에 ‘리얼 가족 시트콤’을 보여주고 있다. 애교 넘치는 딸의 입이 삐죽 나올 만큼 무심한 아빠지만 우리 아빠 같은 친근함이 뚝뚝 묻어나 자꾸만 보게 된다. 하루 동안 딸과의 시간을 보낸 후에도 여전히 어색한 기운이 풍기면 어떠하랴. 진솔함이 가득해서 향후 이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이 된다면 관계 변화를 보는 재미가 있을 ‘매력만점’ 부녀다.
지난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방송된 SBS 2부작 설날 특집 예능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는 50대 스타 아빠와 20대 딸이 함께 출연하는 가족 예능. 이경규·이예림, 조재현·조혜정, 강석우·강다은, 조민기·조윤경 부녀가 출연해 다양한 부녀 관계를 담는다. 설날 특집으로 마련된 2부작 시범 방송이 마무리된 가운데, 조재현과 조혜정 부녀의 귀여움 가득한 일상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조재현은 스스로도 민망하게 생각할만큼 딸과 교감을 나누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상남자’ 성격에 많은 한국의 아빠들이 그러하듯 섬세하게 딸의 마음을 헤아려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 듯 보인다. 애교 많은 딸은 엄마에게는 애정 표현도 한다. ‘모태 애교’라고 느껴질 만큼 말투부터 예사롭지 않다. 그런 애교 가득한 조혜정도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아빠 조재현이다.

아빠에게 겨우 말이라도 붙여보려고 하지만 조재현은 드라마 대본을 읽기 바쁘다. 딸의 활짝 열린 방을 무심하게 지나가곤 한다. 1부는 부모와 교감하고 싶어 문을 열어두는 조혜정의 귀여우면서도 짠한 속내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어찌 보면 사느라 바빴거나, 딸에게 애정 표현을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거나 많은 부녀 관계가 조재현과 조혜정 같으리라. 조재현이 딸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다는 것은 조혜정도 시청자도 안다. 다만 표현이 서툴 뿐. 그는 아빠와 친밀하지 못해 속상하다는 딸의 말에 눈물을 글썽거리는 아빠다.
2부는 조재현이 다른 가족의 일상을 보고 온 후 딸과의 서먹서먹한 관계가 찔리면서도 대화 주제나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매는 모습이 공개됐다. 딸이 차려주는 식사에 흐뭇한데 살뜰한 애정 표현을 하지 못하고 “이게 뭐야? 반찬 더 없어?”라고 일부러 투덜거린다. 그는 조민기와 강우석이 다정다감한 아빠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우리가 제일 정상이다. 넌 그러니깐 행복한 거다”라고 박박 우겨 조혜정과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딸에게 친근한 아빠가 되지 못해 머쓱한 나머지 잔소리를 하고 괜히 지적을 하는 아빠 조재현은 참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날 조재현과 조혜정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대화를 했다. 조혜정은 어린 시절부터 아빠와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아빠와 함께 하고 싶은 것을 쓱싹쓱싹 쓰는 조혜정과 달리, 조재현은 일단 뭘 해도 어색해 하며, 쉽사리 적지 못했다. 조재현의 민망해하는 표정, 많은 아빠들과 시청자들이 짠하고 웃음을 지었던 부분이다. 조혜정이 적은 것은 자전거 타기, 아빠와 함께 캠핑 가기 등 소박한 일이었다. 조재현은 미안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 함께 한 보드 게임, 조재현은 “이게 뭐가 재밌냐”라고 투덜거리면서도 ‘불꽃 승부욕’을 보여주며 딸과 다정한 한 때를 보냈다. 꾸밈없이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아빠 조재현은 작품 속 카리스마 넘치거나 뭉클한 감동을 안기는 연기 못지않게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조재현 부녀의 일상은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데 어쩐지 웃음기가 가미돼 있고, 공감할 수 있어 편안하게 볼 수 있어 ‘가족 시트콤’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관계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아빠들이다보니 좀 더 눈길이 갔던 것이 사실이다. 집이다 보니 심하게 편안한 ‘추리닝’ 바람으로 어슬렁거리고, 잔소리 말고는 대화 방법이 없는 조재현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우리 가족 모습 같아서 공감하거나, 우리 가족의 관계를 돌아보게 되는 기회가 됐다. 또한 아빠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많은 딸 조혜정의 착한 성품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심한 아빠의 툭툭 던지는 말 한 마디에도 굴하지 않고 애교를 부리는 귀엽고 순한 성격이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이날 방송은 아빠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는 조혜정과, 그런 딸이 이해는 되지 않아도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조재현이 수다를 떨면서 마무리됐다. 조재현은 여전히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며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변화는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큰 변화는 없었겠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추억이 되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지켜본 것만으로도 참으로 기분 좋은 방송이었다.
한편 ‘아빠를 부탁해’는 스타들의 공감대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각양각색의 부녀 관계가 상당히 매력적인 구성. 딸과 친해지고 싶은 스타 아빠, 아빠와 더 가깝게 지내고 싶은 딸들이 함께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는 재밌으면서도 우리네 이야기 그대로여서 높은 몰입도를 자랑했다. 첫 방송에서 이번 설날 특집 예능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자랑한 이 프로그램이 봄 개편 SBS의 핵심 열쇠로 떠올랐다.
jmpyo@osen.co.kr
‘아빠를 부탁해’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