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편성이 시급하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단순한 근거를 드는 것이 아니다. 파일럿으로 2회 편성된 '아빠를 부탁해'는 방송의 순기능을 보여주는 예능이었다. 가정에서 가장 어색한 사이일 수 있는 아빠와 딸의 관계를 짚어내면서 모두의 공감을 사고, 가정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여기에 훈훈한 감동에 은근한 재미까지 만들어냈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지난 20일 첫 방송된 SBS 2부작 설날 특집 예능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는 50대 스타와 20대 딸이 함께 하루를 보내면서 부녀 관계를 돌아보는 관찰 예능프로그램. 21일 방송된 2부에서는 이경규·이예림, 강석우·강다은, 조재현·조혜정, 조민기·조윤경 부녀가 단 둘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 이후 높은 시청률과 함께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어내며 성공적인 첫 방송을 마쳤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첫 방송된 '아빠를 부탁해'는 전국 기준 13.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프로그램 중에서도 압도적인 1위.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에도 감명을 받은 시청자들의 호의적인 글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 포인트는 표현에 서툰 아빠들과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딸들의 내면을 끄집어냈다는데 있다. 감동과 재미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세상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것이 부녀지간. '아빠를 부탁해'는 이런 감정들을 본격적으로 밖으로 끄집어내면서 감동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지난 21일 방송된 2부에서는 아빠와 딸이 둘이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빠인 이경규와 조재현은 무뚝뚝한 구석이 닮았다. 세상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지만 표현은 커녕 딸과 눈조차 마주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은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점차 거리를 좁혀나간다. 이경규는 딸과의 공통관심사를 통해 가까워지려 노력했고, 조재현은 그간 딸과 하지 못했던 일들을 찾아 하면서 서로 한발짝 가까워졌다.
그럼에도 서툰 표현방식은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딸에게는 직접 하지 못했던 말을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고백했다. 그간 잘해주지 못했던 것 같은 미안함과 따뜻한 사랑이었다. 아직은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에 인색한 아빠였지만 이 부녀들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비교적 표현에 적극적인 아빠 조민기와 강석우도 표현이 서툴기는 마찬가지였다. 딸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좀 더 드러나는 편이지만 속마음은 다 보여주기에는 부족했다. 딸과 애인이 되고 싶은 조민기는 이날은 딸이 시집 갔을 때를 대비, 살림 특강을 실시했다. 그는 "딸이 내 말을 들어주려 귀기울여 준 것이 고맙고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딸과 함께 '공주님 침대 만들기'에 나선 강석우는 직접 재료를 골라 함게 캐노피를 만들며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다.
그간 스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예능프로그램들이 육아와 성장과정에서 나오는 은은한 감동을 담았다면, '아빠를 부탁해'는 보이지 않는 갈등과 벽을 허물자는 좀 더 뜨끈한 메시지를 던진다. 올라간 아이들의 연령대만큼 기존의 육아프로그램보다 훨씬 더 성장한 예능 프로그램의 모습이다.
파일럿 방송을 통해 일단 안방극장의 기분 좋은 호평을 받은 이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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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아빠를 부탁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