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김명민-오달수 콤비의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다. 정우-한효주-강하늘-김윤석-김희애-장윤성-김인권 등 초호화 캐스팅의 복고풍 수작 '쎄시봉'이 이렇게 안 될 줄은 또 몰랐다. 그래서 영화인들은 늘 입버릇처럼 흥행 성적을 아는 건 하늘뿐이라고 되뇌면 다니는 모양이다.
극장가 최대 대목인 설 연휴 흥행의 윤곽이 드러났다. 코믹 액션 스파이물 '조선명탐정'과 '킹스맨'이 원투펀치로 짧게는 5일, 길게는 9일에 달하는 설 연휴 박스오피스를 제압하는 중이다. 역대 최다관객 신기록에 도전하는 '국제시장'도 무서운 저력으로 관객 동원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올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쎄시봉'은 박스오피스 5위를 계속 맴도는 중이다. 현재로서는 백약이 무효고 죽은 사람 XX 만지기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1일 하루 동안 '조선명탐정'은 42만3143명 관객을 모으며 누적관객 286만명을 기록했다. 설 연휴들어 줄곧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마치 1970, 80년대 국내 명절 극장가를 성룡-홍금보 등 홍콩 액션 무술 명콤비가 휩쓸었던 것마냥 김명민-오달수의 전성시대를 예고하는 듯 하다.

연기라면 절대 떨어지지 않는 두 배우는 '조선명탐정' 1편도 지난 설 대목에 개봉해서 대박을 친 바 있다. 이번 2편이 전편을 능가하는 성적을 올림에 따라 제작사는 당연히 다음 설을 겨냥해 3편을 만들려고 할테고. 관객들은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심정으로 김명민-오달수, 코미디 듀오의 업그레이드 버전 대활약을 벌써부터 기대하는 중이다.
'킥애스: 영웅의 탄생'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를 연출한 천재 신예 매튜 본의 복고+첨단 영국 스파이 액션물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도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이날 32만3152명 동원으로 누적 206만명을 기록했다. 상영횟수(3,217)가 '조선명탐정2'(4,081)보다 훨씬 적은데다 19금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설연휴 흥행 쌍두마차다.
특히 관객수 증감 측면에서 '조선명탐정'이 전날보다 -10%를 기록한 반면에 '킹스맨'은 +10%로 장기 흥행 예측에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오만과 편견'의 영국 신사 콜린 퍼스가 생애 처음으로 멋지고 신나는 액션을 선보인 '킹스맨'은 언론 시사 때부터 돌풍이 예고됐던 터다. '007' 시리즈 감독을 꿈꾸며 자랐다는 매튜 본이 그동안 한 맺혔던 스파이물에 대한 아쉬움을 유감없이 털어넣어 새로운 스타일의 명작을 탄생시켰다. 이 역시 무한 시리즈물이 예상된다.
'국제시장'은 15만7029명을 동원해 누적 1396만8283명으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장년과 노년의 가족 또는 부부 단위 관객들이 쉴틈없이 '잘 살아보세' 시대의 향수를 찾아 '국제시장' 장보기를 계속하는 덕분이다. 1700만 '명량' 이순신 장군을 쫓기에는 다소 힘이 부칠 듯하나, 개봉 초 온갖 논란에 휩싸였던 이 영화가 여기까지 온 만큼 예단은 금물이다.
문제는 '쎄시봉'이다. 9만3187명에 152만4181명으로 5위에 머물고 있다. 스크린 460개에 상영횟수 1386으로 배급사 CJ도 슬슬 손을 털고 싶은 분위기다. 밀어줄 만큼 밀어줬는데 관객 반응이 안쫓아오니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병명을 모르니 약도 쓸수 없다는 게 '쎄시봉'의 아픔이다. 1960, 70년대 포크송의 전설 트윈 폴리오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출연 배우들이 직접 부른 OST의 수준은 물론이고 연기와 스토리 전개 또한 뛰어나다. 하필이면 스크린에서는 '국제시장', TV에서는 '토토가'가 복고풍의 단물을 다 뽑아먹은 다음에 뒷북을 친 게 죄라면 죄일까.
이번 설 연휴는 길었기에 대목을 노렸던 대작들의 흥망성쇠도 굴곡이 더 심했던 것 아닐까 싶다.
[엔터테인먼트 국장]mcgwire@osen.co.kr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