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영원한 다아시'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오글거리게 들리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콜린 퍼스를 보고 있으면 미학적으로 세월을 관통하는 변치않는 가치가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요즘 난리다. 국내에서 지난 11일 개봉, 200만 관객(영진위)을 돌파한 영화 '킹스맨'(매튜 본 감독)은 콜린 퍼스를 잠시 잊고 있었던 사람들, 혹은 그를 잘 몰랐던 이들을 일깨웠다. 1960년생으로, 그의 나이가 벌써 쉰을 넘어 환갑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이제야 입덕해 아쉽다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킹스맨'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루저로 낙인 찍힌 청년 애그시(태런 애거튼)가 자신의 아버지와 연관이 있는 전설적인 요원(콜린 퍼스)에게 스카우트된 후 상상을 뛰어넘는 훈련에 참여하고, 최고의 요원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린 스파이액션물.

콜린 퍼스는 긴 연기 인생임에도, 이 작품을 통해 첫 액션 장르에 도전했다. 스타일과 매너를 갖춘 엘리트 스파이를 양성하는 국제 비밀정보기구 '킹스맨'에서 젊은 주인공의 멘토이자 실질적인 스승이 되는 베테랑 요원 헨리 하트 역은, 187cm되는 키를 지닌 일명 '슈트발'의 대명사인 그가 적역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많은 이들이 테런 애거튼의 풋풋하고 싱그러운 매력도 좋아하긴 하지만, 그보다 콜린 퍼스의 중후하고 깊은 남자의 매력에 압도당한 분위기다. 젠틀한 외모와 재치있는 유머, 여기에 광기의 핏빛 교회신에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그의 광란의 액션이 영화에 기품을 더한다.

2011년작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서도 한 차례 스파이 역을 연기하긴 했지만 느낌이 사뭇 다르다. 웃음기 없는 하드 보일드 스파이 빌 헤이든('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이 남성 취향이라면 헨리 하트('킹스맨')는 완벽한 여성 저격용이다.
그는 전형적인 영국 남자. 로열셰익스피어극단의 멤버로 활동하던 콜린 퍼스는 1984년 개봉한 '어나더 컨트리'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오다 1995년 BBC 드라마 '오만과 편견'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가 연기한 피츠윌리엄 다아시는 요즘으로 얘기하면 그야말로 '만찢남'(만화책을 찢고나온 남자)였다. 단언컨대 어떤 다아시도 콜린 퍼스를 넘을 수 없을 것이다.
고전 다아시를 모르는 좀 젊은 사람이라도, 2001년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루돌프가 그려진 니트를 입은 차가워보이는 남자, 하지만 브리짓을 위해서라면 연적과 몸싸움을 하는 순정파인 다른 다아시는 기억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그의 이름은 마크 다아시였다. 겉으론 차갑지만 속은 따뜻한, 요즘 이른바 '츤데레'라 불리는 매력의 결정체다.
물론 그가 항상 한결같은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의 속을 알 수 없는 예술가도, 이미 '킹스맨' 이전에 슈트발을 넘치도록 인정받은 '싱글맨'의 교수도, '스위트 룸'에서의 파격적인 게이 역할도, 그리고 '킹스스피치'에서는 말더듬이 왕 조지 6세로 섬세한 감정이 요구되는 쉽지 않은 역할들을 해왔던 바다.
그래도 콜린 퍼스는 카멜레온이라기 보다는 특유의 매력으로 캐릭터를 흡수하는 케이스로 보인다. 댄디함, 단정한 말투, 깊은 눈매, 신뢰감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이 솟구친다. 그의 섹시함은 여기에서 나온다. 세월이 흘러서 변하거나 망가진 해외 스타들이 수두룩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대중이 자신을 사랑하는 점을 잘 간직하고 있다.
'킹스맨'의 흥행으로 그가 지난 2012년 제 65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 '철의 여인'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메릴 스트립의 벗겨진 구두를 손수 신겨주는 영상도 다시금 화제다. 현대판 신데렐라의 왕자님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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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오만과 편견'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