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은 패션 모델 출신답게 신체조건이 아주 우월한 배우로 손꼽힌다. 그렇게 뛰어난 하드웨어라도 연기력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텅 빈 깡통일뿐. 차승원은 달랐다. 조각같은 인물과 늘씬한 몸매 만큼이나 연기력도 뛰어난 덕분에 연예계에서 승승장구했다. 지난 해 스크린 야심작 '하이힐'에서 참패를 당하기 전까지는.
어느 새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다. 차승원에게 드디어 슬럼프가 오는구나 수군거렸다. 지난 2011년 공효진과 함께 출연한 드라마 '최고의 사랑' 독고진 역으로 역시 최고의 인기를 과시했던 게 엊그제이건만, 연예계 인심은 늘 야박한 법이다.
그런 차승원이 예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tVN 히트제조기 나영석 PD의 인기 시리즈 '삼시세끼-어촌편'을 통해서다. 희한하게 쫙 달라붙는 레깅스 몸빼 패션에 부스스한 민낯으로 외딴 섬 허름한 집구석 살림을 도맡았는데, 이게 또 매력적이다. 뭘 걸치고 뭘 해도 멋지고 폼나는 건 차승원만의 특권일까.

가뜩이나 흔들리던 안방극장 여심 앞에서 이 남자, 탁탁탁탁 익숙한 칼질로 조물딱조물딱 맛깔진 요리를 듬뿍듬뿍 차려낸다. 김치 깍두기 겉절이 담그기는 기본이고 장어구이, 해물짬뽕같은 고난도 음식도 전문 셰프마냥 익숙하게 조리하고 있다. TV 보던 아줌마들, 이런 차승원에 침 흘리다가 옆에 누운 서방 "밥 차려" 소리에 한숨만 푹푹 내쉴 밖에.
매회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세 중에 대세로 활약중인 차승원은 ‘삼시세끼’를 통해 이미지 변신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를 마친 셈이다. 얼마전 아들과 관련돼 잠시 논란이 있었을 때 의연하게 "마음으로 키운 자식'을 감싸는 모습으로 진정한 부심을 선보이더니 이번에는 자상한 살림꾼 면모까지 추가했다.
덕분에 ‘차줌마’, ‘차엄마’, ‘차셰프’ 애칭으로 불리며 광고계까지 접수 중이다. 가장 핫한 아이돌이나 걸그룹, 한류 청춘스타의 몫이라는 SK텔레콤 CF를 따냈다. 광고에서 차승원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최강 ‘부부케미’를 자랑하는 배우 유해진과 함께 ‘삼시세끼’에서의 캐릭터 그대로 등장해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광고 뿐일까. 팔방미인 차승원이 제 2의 전성기에 올라서자마자 충무로와 TV 제작사들의 러브콜 열기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신라의 달밤'(2001)에서 시작해 '라이터를 켜라'(2002) '광복절 특사'(2002) 선생 김봉두(2003) '귀신이 산다'(2004) '혈의 누'(2005) '박수칠 때 떠나라'(2005)까지 무려 7연속 흥행 가도를 달렸던 차승원, 그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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