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파랑새의 집’, ‘미생’에 뿌린 막장 조미료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2.23 07: 14

‘미생’에 막장 조미료를 살짝 뿌려준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지만 속단하기는 이르다. 조미료를 좀 뿌려준다고 음식이 망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적당한 조미료는 입맛을 돋워주기도 하기에 출생의 비밀, 재벌2세, 복수 등 일견 막장의 요소라 느껴질 수 있는 키워드들이 앞으로 어떻게 내용을 이뤄갈지가 드라마의 완성도를 가늠할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 22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극본 최현경 연출 지병현)에서는 옛 친구 상준의 아들 지완(이준혁 분)을 일부러 자신의 회사 채용시험에서 공식적으로 떨어트린 후 그를 따로 부르는 태수(천호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태수는 회사 신입사원 면접에서 "저는 열등감덩어리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열등감이 절 성장시켜줬습니다"고 말하는 지완의 이야기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열등감을 성장과 연결시키는 그의 태도가 자신의 삶과 일치해 공감을 느낀 것.

하지만 그는 우연히 지완이 죽은 옛 친구 상준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사색이 됐다. 극중 태수는 상준을 향해 열등감을 갖고 있었던 데다 상준의 죽음과도 모종의 관계가 있는 듯한 암시가 돼있는 상황. 그는 보잘 것 없고 가난했던 시절 상준의 도움을 받았던 일을 떠올리며 부끄러워했고, 상준을 짝사랑하던 수경(이혜숙 분)을 자신의 아내로 맞이한 것에 대해 은근한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때문에 태수는 지완이 자신의 회사에 입사 지원을 한 사실을 자신의 자존심을 세울 기회로 여기는 듯 했다.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던 지완을 회장의 권한으로 일부러 합격자 명단에서 제외시킨 그는 지완을 따로 불렀고 “네가 상준이 아들이냐? 진작 말을 하던가 하지. 너희 할머니가 안 찾아오셨으면 몰라보고 떨어트릴 뻔 했다”고 말하며 손을 잡았다. 은근 슬쩍 지완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자하는 의도가 드러났다.
지완에게 아버지의 친구인 것처럼 다정하게 말하는 그는 사실 속으로 ‘상준이 보고 있냐. 25년 전 내가 서 있었던 그 자리에 지금 네 아들이 서 있다’고 독백을 하며 이를 갈았다. 또 그는 지완의 친구이기도 한 자신의 아들 현도(이상엽 분)을 불러 “넌 그렇게 살아, 친구를 부하직원으로 부리면서. 내 자식들이 그렇게 살면 내 인생은 성공한 거지”라고 말하며 여전히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2회 방송을 마친 ‘파랑새의 집’은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이야기로 시작하며 tvN ‘미생’을 떠올리게 했지만 동시에 보통의 지상파 드라마에서 등장하고는 하는 막장 요소들을 넣는 것도 잊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태수와 상준의 관계, 지완의 관계처럼 과거의 원한이 얽혀있는 설정들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에는 또 한 줄기의 막장 조미료가 뿌려졌다. 딸 한은수(채수빈 분)의 친자확인을 두려워하는 한선희(최명길 분)의 모습이 그것. 이는 출생의 비밀을 의미한다.
과연 이 드라마가 이미 시작된 막장의 요소들을 막장스럽지 않은 방향으로 조화롭게 이끌어 훈훈한 가족 드라마로 완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파랑새의 집'은 취업난에 시달리며 꿈을 포기하고 현실만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젊은이들과 그들 부모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매주 토, 일요일 오후 7시 5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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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의 집'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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