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가 이렇게 멋진 직업이었는지 몰랐다.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의 편에 서서 기업을 상대로 권리를 찾아주는 이들. '갑의 횡포'가 사회적 이슈인 요즘 드라마 속 노무사는 약자들의 히어로였다.
정의는 승리한다. 그렇게 '인생 추적자 이재구'는 해피엔딩을 맞았다. 과로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한 남성의 편에 선 노무사 박용우(이재구)는 기업을 상대로 노동자의 산업재해 판정을 받아냈고, 관리자의 비리까지 밝혀냈다. 여기까지 가는 흥미진진한 과정이 심리수사극을 방불케 했다.
지난 21일 첫방송 된 SBS 설 특집 드라마 '인생 추적자 이재구'는 산업재해 전문 생계형 노무사 이재구가 한 남자의 죽음에 얽힌 사건을 해결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한 노무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노무사'라는 직업은 자주 다뤄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 그렇기에 신선했다.
노무사 이재구의 첫 등장은 지질하게 그려졌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다가 실패해 차린 사무실에서 거주하면서 자잘한 사건들을 맡아 삶을 연명해나간다. 그런데 평소 친분이 있던 김태수(엄효섭 분)이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비리까지 덮어 쓴 채 죽어한 것을 알게 된 후로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가 다니던 의료기기 회사의 이사 우석(최종환 분)에게 이용당하다가 과로로 목숨을 잃었지만, 태수의 죽음은 교통사고로 포장돼 있었다. 이를 산업재해로 증명해내기 위해 재구는 태수의 죽기 전 삶을 역추적한다. 결국 우석의 비리를 밝혀내고, 태수의 죽음이 과로사였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산업재해 판정을 받아낸다.
이 과정에서 노무사인 태수의 고군분투가 눈길을 끌었다. 노동자의 편에 서서 관리인과 힘든 싸움을 하는 모습의 정의의 사도 같았다.
특히 주인공 이재국 역을 맡은 배우 박용우가 연기가 돋보였다. 그는이재구를 맛깔나게 소화하면서 드라마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얼굴에 커피를 맞고, 팩소주를 마신 뒤 술주정을 하는 등 특유의 연기력으로 질질한 모습을 그려내다가 극의 후반부에는 진실되고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극의 감동을 이끌어냈다.
한편 SBS 설 특집극 '인생 추적자 이재구'는 2부작으로 기획돼 지난 22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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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인생추적자 이재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