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악플 많은 편, '힐러'로 호감 된 소수에 감동" [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2.23 07: 59

박민영이 이렇게 사랑스러웠던가. 물론, 배우 박민영은 데뷔 이래 줄곧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하지만 질투 날 정도의 예쁜 미모, 어딘지 모르게 새침데기 같아 보이는 인상은 여성팬들의 사랑과는 확실한 거리를 만들었다. 적어도 박민영은 여성 팬들에게만은 예쁜 배우, 파트너 복이 많은 부러운 여배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KBS 2TV ‘힐러’ 이후 박민영을 향한 이런 시선들은 달라졌다. 짧은 단발머리에 취재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흥이 오르면 어디에서나 막춤을 춰대는 말괄량이 채영신은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지 않고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잘생긴 ‘힐러’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받아도 질투보다는 ‘그래, 참 잘 어울린다’며 응원을 받는 편이 많았다. “여자들의 사랑을 받게 해주겠다”던 송지나 작가의 약속은 이렇게 마법처럼 이뤄졌다.
“저를 감싸고 있던 틀 하나를 깨버리고 싶은데, 송지나 작가님과 이정섭 감독님이 옆에서 같이 해주실 분들이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저녁 자리에 나갔는데 작가님이 너무 온화한 미소를 지으시면서, ‘민영이가 여자들이 별로 안 좋아하잖아? 이번 작품을 하면 여자들이 사랑하는 박민영을 만들고 싶다’고 말씀 하셨어요. 감동 받았어요. 눈물이 날 뻔 했죠. 일관성 있게 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주셨다는 것에 믿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처음 그림에서 그대로 갔어요. 그건 정말, 훌륭한 작가님이 할 수 있는 일관성, 변치 않는 방향성이죠. 모든 걸 처음부터 이미 그려주셨어요.”

2년의 공백기 후 MBC ‘개과천선’으로 워밍업을 했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은 더없이 커지고 있을 때 만난 작품이 바로 ‘힐러’였다. 첫 만남 이후 박민영은 송지나 작가와 함께 예쁜 배우 박민영을 버리고 사고뭉치 연예부 기자 채영신을 만들어 나갔다. 메이크업은 신경 쓰지 않았다. “남장을 했을 때 보다 더 안 했”을 정도.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판에서 그저 뛰어놀기만 해도 됐다. 연기가 이렇게 신이 난 적이 없었단다.
“너무 재밌었어요. 상황 자체가 이렇게 데뷔작에서 완전히 하룻강아지일 때 카메라 위치도 모르는 상황일 떄 느꼈던 날 것의 느낌이 8-9년이 됐는데 처음으로 다시 그 느낌이 나더라고요. 카메라 앞에 있는 게 아니라 흥에 취해 연기하고 노는 것이라고 오랜만에 느껴서 연기가 갑자기 너무 재밌어졌어요. 이 작품의 가장 선물은 이거에요. 내가 가지고 있던, 끝까지 버리지 못한 불필요한 욕심을 버리니까 편해졌어요.”
송지나 작가는 평소 박민영의 버릇, 평소 모습, 웃는 법 등을 대본에 녹여가며 채영신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 때문인지 점점 더 박민영은 채영신이, 채영신은 박민영이 돼 갔다.
 
“영신이의 사랑스러움을 표현하지 못하면 그건 100% 제 탓에요. 이 역할을 결정했던 7월로 돌아간다고 해도 제가 할 건 이 작품이에요. 3등으로 끝났지만, 만일 5등, 10등이 있고 그렇게 됐다 해도 이 작품을 했을 거예요. ‘힐러’는 제 마음을 치유해줬어요. 정후와 영신이는 서로에게 ‘힐러’가 됐죠. 저도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신 것 같아요. 이 캐릭터를 통해 배우고 잘 할 수 있다는 토닥거림을 받은 느낌이에요.”
채영신 역을 위해 정말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과거엔 시청자들이 왜 연기 외적인 부분에 더 관심을 갖는지 불만을 품기도 했지만 그건 자신의 투정이었다는 걸 알았다. 메이크업을 수정해주건 말건 중요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배우 박민영은 없고, 오롯이 채영신만 있었다.
“일단, 제가 지금까지 그렇게 호탕하게 웃어본 적이 없을 거예요. 호탕하게 웃는 것과 춤을 추는 것, 머리가 망가져도 개의치 않았어요. 이 상황에서 이게 맞아. 오히려 그런 점들이 집중하게끔 만드는 데 도움이 됐어요. 전 여태까지 시청자들이 내가 뭘 입는지 뭘 하는지에 관심을 가지시면 ‘그게 중요한 걸까?’ 투정을 부렸는데 그게 사실은 내 욕심이었어요. 내가 잘못하고 있었는데 왜 그분들이 그것만 볼까 투정을 했던 거예요. 그렇게 볼 수밖에 없으면 버리면 되는 건데…. 이게 뭐 그렇게 중요한 거라고 못 버렸을까? 반성했어요.”
덕분에 여성 팬들이 많아졌다. 소수지만 그래서 참 소중한 팬들이다.
 “여성 팬들이 전보다 좀 그렇지(많지) 않을까요? 주변에서 드라마 잘 봤다는 소리도 많이 듣고, 영신이 너무 귀여워요, 라고 얘기를 듣는 게 좋아요. 그런 말을 해준 분은 한 분 한 분 다 안아드려요. 여자 팬들이 좋아요. 사실, 그만큼 없어요.(웃음) 여자 팬들이 너무 소중해서 좋아요.”
그렇게 ‘힐러’를 마치고 나니 지난 2년간의 공백기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됐다. 일을 해야 할 배우가 2년이나 쉬고 있었다니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라고 했다.
“좋아요. 행복하고요. 오랜만에 팬들을 대하는 자세가 전보다 자신감이 있어졌어요. 이십대 여배우가 공백기를 갖는 다는 건 큰일 날 소리인데. 이제는 열심히 할게요, 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더 떳떳해 진거죠. 입으로는 매일 바른 말로 ‘배우는 연기로 보여줘야죠’라고 하는데 저는 정작 2년이나 공백기를 가졌어요. 이건 부끄러운 일, 창피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민영은 ‘악플’이 많은 배우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그를 향한 이유 없는 비난이 많이 잦아들었다. 그는 “소수만이라도 마음이 바뀌셨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한다”고 쿨하면서도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악플’을 나쁘게 생각 하지 않아요. 선배들이 항상 얘기하시길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하시잖아요. 예전에는 악플이 낫다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은 제가 많은 편인데 이제 보면 맞는 말인 거 같아요. 그 분들을 제 편으로 돌리는 게 욕심이겠지만 그 분들의 소수만이라도 마음이 바뀌셨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해요. 호감으로 돌아섰다는 말에 감동받아요.”
박민영이 이번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지창욱과의 사랑스러운 멜로 연기 덕분이었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유독 상대 배우와 좋은 호흡을 보여줬던 그는 그 공을 작가에게 돌렸다.
 
“창욱 씨한테 감사해야할지 모르겠는데 항상 체구가 작아 상대 배우와 어울림이 좋다는 소리를 칭찬으로 들었었어요.(웃음) 이번 작품은 액션 로맨스라 로맨스를 놓고 갈 수 없는 작품이었는데, 놓치고 가면 안 되는 포인트들이 살아서 너무 다행이에요. 그게 차근차근 잘 쌓여서 둘이 붙을 때 ‘케미스트리’가 붙은 거 같아요. 그건 저나 지창욱 씨의 역랑이 아니라 작가님의 역량일 수 있죠.”
지창욱과는 초반, 서로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애를 먹었지만 친해지려는 노력 덕에 급격히 친해질 수 있었다. SNS로 대화를 주고받고, 작품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눈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지창욱이라는 배우는 나도 깜짝 놀랄 정도의 열정을 갖고 있는 배우였어요. 노력 얼마나 했는지, 연구를 했구나 하는 게 느껴져요. 정말 연구를 많이 하는 사람이고 연기를 보는 눈도 정확하죠. 제 연기도 가끔, ‘그 신 좋았어’ 얘기해주면 저랑 느끼는 것도 비슷한 거 같아요. 자기의 캐릭터를 갖고 놀 수 있는 사람, 나보다 연기 잘하는 사람을 파트너로 만나 너무 편했어요. 제가 주는 만큼 똑같이 받고, 똑같이 주고요. 연기하는 파트너로 훌륭한 파트너였어요. 끝나고 문자를 주고받는데 고생했다고 좋은 파트너 만나서 너무 좋았다고 얘기를 동시에 주고 받았어요.(웃음)”
달달한 멜로의 세계를 막 빠져나왔는데, 실제 연애를 하고 싶지는 않을까? 박민영은 앞으로 3개월 간 해외 일정이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앞으로 세 달 간 해외일정이 있는데 상대한테 예의가 아니죠.(웃음) 만약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시작을 안 할 것 같아요. 만날 시간이 없으니까요. 저는 항상 연애에 대해 닫아둔 적이 없어요. 사실은 결혼은 .27살에 할 줄 알았어요. 난 가정 일에 충실하고, 집 종하하고 준비된 신붓감이라 생각했어요. 아직 남자를 못 만나서 못가는 거 뿐이죠. 결혼은 서른 다섯으로 생각하는데 제 친구들은 더 늦게 갈 거 같대요. 지금처럼 이렇게 연애를 안 해도 뿌듯한 건 처음이에요. 지금은 무언가에 기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거든요. 이직 연기보다 재밌는 일은 발견을 못할 거 같아요. 지금은 애정이 다 연기에 가 있어요. 소처럼 일해 보려고요. 소민영이 되겠습니다.”
eujenej@osen.co.kr
문화창고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