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바로 이닝소화능력이다. 한화 영건 에이스 이태양(25)은 승보다 이닝을 더 중시하는 투수다. 2015시즌 새 목표도 승이 아닌 투구 이닝으로 정했다. 그것도 '180이닝'이다.
이태양은 지난 22일 오키나와 킨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KIA를 상대로 올해 첫 실전 투구를 가졌다. 3이닝 3피안타 2탈삼진 1실점. 사사구가 하나도 없는 깔끔한 투구였다. 김성근 감독도 "이태양이 괜찮았다. 폼 교정된 것이 좋아 보인다"고 평했다.
이태양은 "그동안 피칭량이 많지 않았다. 경기에서 공을 던지며 실전 감각을 만들려 생각했다. 오늘(22일) 경기는 볼이 잘 가는 것보다 내가 던져보고 싶은 것을 던져봤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포크볼로 삼진 2개 잡았다. 커브도 던졌는데 올해 확실히 중점을 두고 연습 중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KIA 타선은 1군 경험이 거의 없는 2군급 선수들로 구성됐다. 이태양은 "주전 멤버들이 나온 건 아니지만 다 같은 프로 선수들이다. 누가 나오든 내 볼을 던지는 게 우선이다. 상대가 잘 치는 타자라도 내 볼을 못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타자가 누구든 신경 쓰지 않고 볼넷을 안 주려 했다"고 말했다.
이태양은 지난해 이맘때만 하더라도 5선발 경쟁을 벌이며 일찌감치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너무 일찍 페이스를 올려 실전 경기에서 하락세였다. 1년 만에 그는 선발 한 자리를 사실상 예하며 '특별 관리' 대상으로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 이태양은 "작년보다 피칭을 적게 했고, 경기도 늦게 들어갔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감독님께서는 확실하게 몸부터 만든 다음 경기에 투입되기를 바라셨다. 남들 다 경기에 나갈 때 천천히 몸을 만들었다. 감독님 배려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몸 아프지 않게 시즌에 맞추는 것이 감독님께 보답하는 길이다"는 것이 이태양의 말이다.
그래서 목표도 크게 잡았다. 이태양은 "선발에 들어가면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다 도는 게 목표다. 개인적으로 작년보다 많은 180이닝을 던지고 싶다. 목표를 조금 크게 잡았다. 승보다 이닝이다"며 "이를 위해서는 아프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양은 지난해 데뷔 후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며 개인 최다 153이닝을 던졌다. 리그 전체 180이닝 이상 투수는 앤디 밴헤켄(187이닝) 크리스 옥스프링(184⅓이닝)으로 모두 외국인이었다. 지난해 5월 이후 선발에 진입, 153이닝을 던진 이태양이 풀타임으로 180이닝을 돌파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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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