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자신이 이야기했던 목표를 향해 명확한 물길을 내고 있다. 서두르지 않으며 천천히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이다. 구종 추가에 대한 목표와 욕심을 드러냈던 김광현(27, SK)이 첫 연습경기 등판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김광현은 22일 일본 오키나와 이시가와 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연습경기에 선발등판해 2이닝 동안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20일 라이브피칭에서 30개의 공을 던지며 몸을 데운 김광현은 이날 첫 연습경기에도 등판하며 순조롭게 올라오고 있는 상태를 알렸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7㎞까지 나왔다. 이미 플로리다에서부터 좋은 컨디션을 과시해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에이스’의 몸풀기였다.
2이닝 동안 안타 3개를 맞아서 그럴까. 스스로 내리는 평가는 박했다. 김광현은 “첫 등판치고는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볼 개수가 많았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날 김광현의 투구를 분석하면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띈다. 의도적으로 실험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바로 구종의 다변화다. 지금 시점에서는 결과보다 더 중요한 대목이다.

김광현은 전형적인 직구와 슬라이더 조합의 ‘투피치 투수’로 알려져 있다. 고교 시절에는 커브도 곧잘 던지는 투수였지만 프로에서는 가장 위력이 좋은 두 가지 구종으로 타자를 상대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구종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부쩍 많이 언급하기 시작했다. 실제 스프링캠프 때는 체인지업과 커브의 연습 비중을 높이며 시즌에 대비했다. 시즌 때도 구사비율을 높였다.
어느 정도의 효과는 있었다. 비록 두 구종이 최고 대열에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김광현도 커브와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사용할 수 있다”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2스트라이크 이후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아내는 빈도가 많아진 것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는 두 구종을 좀 더 완벽하게 던지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전지훈련길에 올랐다. 김광현은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캠프에서 보통 3000개 정도의 공을 던지는데 1000개는 직구와 슬라이더 외의 구종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구종 연마에 힘을 쓴 김광현의 달라진 면은 22일에 첫 선을 보였다. 22일 김광현은 총 42개의 공을 던졌다. 그 중 절반이 포심(21개)이었다. 그 다음으로 많은 구종이 커브(9개)였고 주무기인 슬라이더(8개)가 뒤를 이었다. 이날 “잘 먹히지 않았다”라고 말한 체인지업도 4개를 섞었다. 커브는 결정구로 쏠쏠히 먹혔다. 1회 김용의 이병규를 삼진으로 잡은 구종이 바로 커브였다.
사실 지금은 맞더라도 별 문제가 없는 시기다. 오히려 지금 맞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김광현에게 커브와 체인지업은 그립도 낯설고 구사 타이밍에 대한 감도 확실하지 않은 구종들이다. 타자들의 반응도 실험해 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실전 경험을 통해 갈고 닦아야 하는데 오키나와 연습경기는 그 좋은 기회다. 김광현의 직구와 슬라이더 위력은 이미 자타공인 리그 최정상급이다. 여기에 커브와 체인지업도 평균 이상으로 섞을 수 있다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정규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김광현의 변신 과정을 면밀하게 지켜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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