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스타 4인방이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각 팀의 스프링캠프에 맞춰 몸 상태 끌어올리기에 여념이 없다. 겨울에 새겼던 키워드 달성에도 한걸음 다가선 모습이다.
메이저리그(MLB)에서 한국야구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추신수(33, 텍사스)와 류현진(28, LA 다저스), 최근 계약을 맺고 MLB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강정호(28, 피츠버그), 그리고 미국 생활 2년차를 맞아 빅리그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윤석민(29, 볼티모어)은 모두 미국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각자 처한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2015년 성공이라는 키워드는 공통분모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도 똑같다.
행보는 조금씩 다르다. ‘맏형’격인 추신수는 아예 귀국을 포기했다. 시즌이 끝난 뒤 한국에 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떠나곤 했지만 올해는 그럴 겨를이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부상 치료다. 추신수는 지난해 발목과 팔꿈치를 연달아 수술했다. 재활에 시간이 필요했다. 현지에서 꾸준히 재활 치료를 했다. 지금은 몸 상태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서도 추신수를 ‘반등할 스타’로 손꼽으며 큰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재기’라는 키워드에 절치부심했다. 추신수는 2014년 시즌을 앞두고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라는 거액의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첫 시즌에 부상에 발목이 잡히며 부진했다. 주위의 소리가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자존심이 강한 추신수가 칼을 갈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다행히 상황은 좋다. 추신수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경기에 뛸 수 있을 만큼 페이스를 끌어올렸다”라고 자신했다. 최근에는 일찌감치 텍사스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땀을 흘리고 있다.
MLB 진출 이후 2년간 28승을 거두며 완벽한 착륙에 성공한 류현진은 이제 더 높은 곳으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한국에 돌아와 휴식과 훈련을 병행하며 차분하게 2015년을 맞은 류현진은 미국으로 건너 가 다시 개인훈련에 돌입했다. LG 선수들과 잠시 함께 하기도 한 류현진은 팀의 스프링캠프지인 글렌데일 카멜백 랜치에 합류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4일(한국시간)에는 캠프 들어 첫 불펜피칭도 소화한 것을 시작으로 순조로운 흐름을 타고 있다.
능력을 인정받은 류현진이지만 지난해 남긴 찜찜함을 모두 날려버리겠다는 각오다. 류현진은 세 차례의 부상으로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그 와중에 14승을 거두며 대단한 활약을 펼치기는 했지만 ‘부상 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한 상황이다. 이를 감안한 듯 류현진은 건강한 시즌을 모토로 하며 200이닝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몸 상태만 받쳐주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다. 지금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상당 부분이 달라질 수 있다.
강정호의 키워드는 ‘도전’이다. 피츠버그와 4년 보장 1100만 달러(5년차 옵션 포함 총액 165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강정호는 치열한 주전 경쟁의 정글 속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잘 알려진 것과 같이 피츠버그의 내야는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강정호는 어디까지나 ‘굴러온 돌’이다. 박힌 돌을 빼내기 위해서는 비교우위의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 초반부터 전력질주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이런 높은 난이도를 알고 있는 강정호는 들뜬 분위기를 최대한 억제했다. 구단이 제시한 공식 입단식도 정중히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친정팀 넥센의 캠프를 떠나 캐나다에서 비자를 받은 뒤 팀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플로리다에 재빨리 합류했다. 아직 야수들이 전원 집합할 시간은 아니지만 코칭스태프는 좀 더 일찍 훈련장에 모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은 코칭스태프에게 미리 눈도장을 받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윤석민의 키워드는 ‘생존’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해 볼티모어와 계약을 맺은 윤석민은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탓에 MLB 승격에 실패했다. 시즌 막판에는 40인 로스터에서도 제외됐다. MLB 스프링캠프 초대권도 따내지 못했다. 모든 것이 불리한 여건이다. 그러나 윤석민의 심지는 굳건하다. 반드시 MLB 무대를 밟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런 윤석민은 최근 LA로 건너가 개인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몸 상태를 완벽하게 만들어 추후 MLB로 올라갈 수 있는 틈새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몸 상태가 좋다. 착실히 운동을 한 덕에 지난해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윤석민 소식을 전한 한 관계자는 “주위에서 봐도 포기하기에는 훈련한 것이 아까울 정도”라며 좋은 소식을 기대했다. 힘든 여건이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가능성은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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