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의 '펀치'는 강력했다. 이 한방으로 연기력 입증, 대중적인 인기는 물론 길이 남을 명작을 필모그라피에 진하게 새겼다. 올해로 35세. 그가 인생의 기로에서 만난 시한부 박정환은 배우 김래원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확실히, SBS 월화드라마 '펀치'는 그에게 '인생작'이다.
캐스팅도 극적이었다. '펀치' 제작진에 따르면 김래원의 출연이 확정된 것은 불과 방송 한 달 반 전. 김래원이 아니라면 누가 박정환을 소화했을까. 딱 맞춰 입은 깔끔한 정장차림에 지친 기색을 보이면서도 복수심 가득한 눈빛을 번뜩이는 모습. 당장에 대체자가 떠오르지 않는다.
'펀치'는 지난 17일 종영했다.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스토리라인에 휘몰아치는 전개, 감탄을 자아내는 극적 장치까지. 내실 있는 드라마였다. 마지막 회에서는 청량감을 주는 시원한 복수와 정의실현, 가족애를 그려낸 깔끔한 마무리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김래원은 이 웰메이드 드라마를 통해 성공적으로 재기하면서 청춘스타에서 노련미 물씬 풍기는 '배우'로 거듭났다. 올해로 데뷔 18년째를 맞은 그다. 든든한 덩치에 사람 좋은 눈웃음, 능글맞은 분위기로 인기를 끌었지만 군복무로 생긴 공백, 폭행 논란 등으로 위기를 맞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번 작품으로 성숙해진 연기력을 입증해내며 대중적인 인기까지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최근 신인 남자 배우들을 인터뷰하다가 보면 롤모델 혹은 평소 좋아하는 배우로 김래원을 꼽는 경우가 많다. 남자라면 해봄직한 멋스러운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음이 그 이유. 그런데 사실 그가 맡은 박정환은 썩 멋있는 역할은 아니었다. 자칫하면 불쌍해 보일 수 있는 시한부 삶을 사는 남자였지만, 김래원의 연기력과 박경수 작가의 필력을 통해 살아났다. 대구법과 도치법이 적절히 가미된 멋드러진 대사와 무던하게 툭툭 던져내는 카리스마 있는 김래원의 연기가 정환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 포인트다.
선배 배우 조재현과의 연기 대결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엄청난 시너지를 발산하는 '케미'를 자랑하며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인상적이다.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도 높은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흡인한 김래원. 배우로서 다시 집중조명 받고 있는 그는 다음 작품에서도 강력한 펀치로 대중을 넉다운 시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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