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에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상호 소통이 중요"
"주관적 선호도에 좌지우지 될 영향 커'
연기력 논란, 과연 그 실체는 있을까?

배우 구헤선이 연기력으로 도마에 올랐다. 지난 16일 첫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블러드' 이후 인터넷에서의 반응이 기사로 활자화 된 후 그의 연기에 대한 주목도가 커진 것이다. 처음으로 기존과는 다른 악역 분위기의 캐릭터를 맡은 구혜선이 자연스럽지 않았다는 반응이었는데, 특유의 표정과 말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구혜선이 2004년 데뷔 후 벌써 12년차가 됐다는 것을 상기하며 일부에서는 이런 논란을 두고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사실 얼마 전부터 연기력 논란은 신인과 베테랑을 가리지 않고 있다.
몇 해 전에는 '믿기지 않게' 중견 배우 김혜선이 그 오명의 주인공이 됐다. 김혜선은 지난 2012년 MBC '마의'에서 현종의 어머니 인선왕후 역을 연기했는데 당시 부자연스럽다는 혹평을 받으며 연기력 논란에 휘말렸던 것이다.
젊은 배우들, 특히 특정 여배우들은 유독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김태희는 유난히 연기력 논란에 대한 대중의 잣대가 엄격한 배우 중 한 명이다. 지난 2013년 SBS '장옥정, 사랑의 살다'의 주인공 장옥정을 연기하며 첫 사극에 도전했던 그는 어색한 사극 말투를 지적받음과 동시에 특유의 표정으로 일부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줬다는 평을 받았다. 당시 화난 것 처럼 뜨는 큰 눈과 입 주위 하관 부분이 어색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
역시 2013년 KBS 2TV '칼과 꽃'의 김옥빈 역시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그의 사극 연기가 어색하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결국 연기력 논란으로 번져 영화 '박쥐'를 통해 받은 성숙한 연기력에 대한 호평을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다크한 분위기의 감옥빈이 귀엽고 밝은 성격의 공주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지나치게 밝은 대사 톤이나 어색한 말투를 꼬집었다.
연기력을 평할 때 정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연기란 것이 상호 소통의 행위인 만큼, '보는 사람'의 평가가 절대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한 전문가의 의견이다. 배우들에게 연기지도를 하는 한 연기 강사는 "연기는 상대의 감정을 움직이게 하는 하는 행위인데,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만족하지 못했다면 본인이 아무리 최선을 다했다고 하더라도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른 편에서는 이런 연기력 논란 지적이 과연 '정당한가'란 의견 또한 존재한다. 대부분의 논란 경우 극 초반에 생긴다는 점, 그리고 사실 그 논란을 야기하는 것은 전체적인 그림이기 보다는 어느 한 장면, 한 모습인 경우가 크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최근 케이스를 보면 KBS 2TV '공주의 남자' 문채원, MBC '남자가 사랑할 때' 신세경, KBS 2TV '내일도 칸타빌레' 심은경 등이 초반 연기력 논란 얘기가 있었지만, 결국 극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던 사례들로 기록됐다.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에 한해서는 배우의 문제이기 보다는 대본이 문제라는 인식도 강해졌다.
또 배우의 특정한 얼굴 개성이 연기력 논란을 야기시키기도 한다는 의견이다.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에서 한가인을 두고는 '동그랗게 뜬 눈 연기가 어색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한 베테랑 30대 여배우는 이를 두고 "눈의 표정 같은 건 고유의 생김새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건데 이를 연기력 논란으로 걸고 넘어지는 것은 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것 하나에도 시청자들이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더욱 연기하기가 무섭다"라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구혜선 논란의 경우는 "구혜선의 생김새 자체가 순해서 역에 잘 안어울리는 건지, 그게 연기를 못 해서인지는 솔직히 구분할 수 없다"란 반응도 꽤 있었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배우마다 개성이 다르다. 집중력과 순발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꾸준함으로 촬영이 진해될수록 (연기가)좋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초반 모습만으로 연기력 논란을 제기하기에는 너무한 부분이 있다"라고 전했다. 배우가 기존과는 갑자기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경우, 시청자가 그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시선도. 더불어 아무래도 주관적인 평가가 내려질 수 밖에 없기에, 배우에 대한 기존의 선호도가 크게 작용한다는 것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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