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레인보우(김재경, 고우리, 김지숙, 노을, 오승아, 정윤혜, 조현영)가 1년 7개월의 공백을 깨고 완전체로 돌아왔다. 그동안 멤버 개인 활동과 한 차례 유닛 활동을 해왔지만 7명의 멤버 전원이 모인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오랜만에 완전체가 뭉친 만큼 이번 활동에 대한 각오도, 자세도 남달랐다. 7명 전원이 함께 인터뷰를 하는 것도 2년여만의 일. 멤버들은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마음껏 털어놨다.
"공백기가 너무 길었잖아요. 드디어 직업을 찾은 느낌이랄까요(웃음)? 이젠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공백을 대하는 노하우가 생겼어요. 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어떻게 하면 활동에 득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개인 활동도 하고 그랬어요. 너무 오랜만에 일곱 명이 함께하는 활동이라서 대중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봐줄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에요."

레인보우의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멤버들은 개인 활동에 집중했다. 재경은 드라마와 뷰티 프로그램 MC로 활약했고, 지숙은 연예정보 프로그램 리포터가 됐다. 또 승아는 오랜만에 학업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고, 현영과 우리도 연기에 도전했다.
"사실 첫 번째 공백 때는 다들 '멘붕'이었죠. 우울한 감정도 많았고, 겨우 꿈을 이뤘는데 이대로 끝나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번 공백 때는 기회라는 생각도 했어요. 어떻게 하면 내가 더 많이 발전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빽빽하게 많이 달려왔죠. 공백을 효율 적으로 사용해서 페이스 조절하고, 개인 일도 하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까지 분배하면서 단계별로 공백을 대하는 노하우가 생긴 거죠."
오랜만에 함께 활동하는 만큼 기대도 기쁨도 배가 됐다. 무엇보다 혼자 활동했을 때의 부담감과 외로움이 7개로 나눠지면서 멤버들 서로 서로 다독이고 힘이 되고 있다. 컴백을 앞두고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시기지만, 레인보우는 특유의 끈끈함으로 힘든 시기를 헤쳐온 것처럼 컴백 준비도 차근차근 잘 마치고 있다.
"다 같이 활동하니까 너무 좋아요. 그동안 대기실도 혼자 쓰고, 외로운 부분도 있었어요. 또 나 혼자 레인보우를 알려야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젠 뭔가 기대할 수 있는 어깨가 있어서 부담감도 없어요. 재미있는, 쾌활하고 유쾌한 에너지로 바뀐 것 같아요. 훨씬 든든하고 천하무적이 된 느낌이죠. 오랜만에 나오니까 감사하고 그런 마음이 있어요"

23일 정오 발매되는 레인보우의 세 번째 미니앨범 '이노센트'는 그들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지난 레인보우 블랙 유닛 활동을 통해 은밀하고 섹시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무채색에 가까울 정도로 차갑고 차분한 느낌이다.
"레인보우 일곱 명이 다 같이 방송할 수 있다는 게 더 큰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활동이에요. 개인 활동 했던 것이 잘 모여서 시너지를, 밝은 빛으로 내보냈으면 좋겠어요. 이제 데뷔 7년차다 보니까 더 진지해지고 신중해진 것 같아요.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요. 일단 7명이 다 같이 활동한다는 것에 의미를 뒀어요."
재경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번 앨범은 '대박 아니면 쪽박'일 정도로 모험을 선택했다. 타이틀곡 '블랙 스완'은 독특한 인트로를 시작으로 들을수록 중독성 강한 코드를 가지고 있다. 내면, 자아의 고뇌 등을 담아내면서 밝은 이미지를 지웠다.
"레인보우는 이제 7년차가 됐고, 심지어 공백도 길었어요. 다들 저희 얼굴을 보면 알지만, 한 번에 떠오르는 음악적 색깔은 없어요. 항상 숙제죠. 우리만의 색을 구축해야한다는. 이번 앨범을 정할 때도 새로운 옷을 입자, 새로운 시도가 두렵지만 딱 맞는 것을 찾자 생각했어요. 지금이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안일한 생각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뭔가 안주하고, 중간에 만족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대박 아니면 쪽박, 모험을 해보자."
멤버들은 무엇보다 퍼포먼스의 표정연기가 돋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수들의 무대에서 중요한 것은 화려한 퍼포먼스와 함께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렬한 눈빛. 레이보우 역시 멤버들이 연기 활동을 통해 다져온 내공을 표정연기에 쏟아 부었다.
"이번 곡 '블랙 스완'은 노래와 춤, 퍼포먼스 특히 표정연기에 주목해야 할 것 같아요. 공백기 동안 연기도 해보고 다양한 활동을 해서 그 경험들이 퍼포먼스에 녹아 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저 친구는 저런 것도 해서 이런 게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모습일지 또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퍼포먼스에요."

지난 2009년 데뷔해 올해로 7년차가 된 레인보우는 그동안 불화설이나 스캔들 없기로 유명한 그룹. 아이돌 걸그룹이 인기를 얻으면서 한 번씩은 거쳐 간다는 불화가 유독 레인보우는 피해갔다. 긴 공백이 힘들었을 법도 하지만 레인보우에게는 오히려 멤버들 사이를 더욱 끈끈하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비결이 있다면 성격이 잘 맞아요. 튀는 멤버 없이 둥글게 이뤄진다. 또 다른 원동력이 있다면 리더 재경 언니? 하하하. 중심을 잘 잡아줘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흔들리지 않고 지탱해주죠. 모범적으로 행동한다던지, 동생들이 봤을 때도 그렇고 도움이 많이 돼서 불화 없이 잘 지내왔던 것 같아요. 언니가 의견 조율도 잘하고 대화를 많이 해요."
"다들 착하고 탈선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도 일찍 깨달았죠. 서로 배려하고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다' 표현도 거리낌 없이 솔직해요. 첫 번째 공백이 가장 힘든 시기였는데 그런 힘든 시기가 있어서 '우리끼리 뭉쳐서 돌파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언가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불화설뿐만 아니라 유독 스캔들도 없는 이유는 뭘까. 멤버들에게 '왜 스캔들이 없느냐. 연애를 정말 잘 숨어서 하고 있는 거냐'고 직접 묻자, "오히려 우리끼리 기획 중"이라며 화끈하게 웃어 넘겼다.
"스캔들은 오히려 저희가 컴백 때마다 계획하죠. 하하하. 이슈가 있어야 관심을 사고, 캐릭터가 생기는 시대니까 저희야 컴백 때마다 기획을 해봤는데, 사랑은 마음처럼 안 되더라고요(웃음). 너무 친해서 그런 것 같아요."
불화설을 없지만, 팀 내에서는 고민도 많다. 한 달에 몇 팀씩 신인이 데뷔하고 있는 상황에서 레인보우만의 색깔을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번 앨범에서 변화를 시도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팀의 색깔을 확실히 만들어 보자는 것. 레인보우는 이번 활동으로 터닝 포인트를 맞아 무엇보다 '롱런할 수 있는' 그룹을 꿈꿨다. 멤버들의 이런 끈끈한 의리와 적극적인 마인드를 보면 그들의 목표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까.
"레인보우는 음반 한 장 나올 때마다 5~10점 정도씩 걸어가는 것 같아요. 팀의 목표점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계속 걸어갈 수 있는 팀이 되고 싶어요. 데뷔 때 저희가 '김치 같은 그룹'이 되고 싶다는 말을 했었어요. 김치는 대중적으로, 세계에서도 사랑받잖아요. 당시에는 신비주의 콘셉트가 많아서 친근하게 다가가자는 목표였는데, 조금은 달성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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